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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위기 방관한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잃을 것 너무 많아"

연합뉴스

2025.06.2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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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 중심세력 부상…전쟁 벌이기엔 걸려 있는 이익 커 이라크 통해 서방제재 우회해 온 이란 입장서도 혼란 원치 않을 듯
이란 위기 방관한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잃을 것 너무 많아"
이라크 내 중심세력 부상…전쟁 벌이기엔 걸려 있는 이익 커
이라크 통해 서방제재 우회해 온 이란 입장서도 혼란 원치 않을 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중동 내 친(親)이란 무장세력 연합체의 일원인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가 '맹주' 이란의 위기에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란과 같은 시아파 무슬림이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이라크에서는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 민병대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런 까닭에 이스라엘이 이달 13일 이란을 선제공격해 전쟁이 발발하자 이라크에선 시아파 민병대가 현지 주둔 미군을 공격하면서 자국 역시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하지만, 이라크 민병대들은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미 공군이 이란 각지의 핵시설을 폭격하는 상황에서도 대체로 침묵을 유지했다.
과거 미군 기지를 공격한 전력이 있는 단체 카타이브 헤즈볼라도 비교적 온건한 수위의 성명을 내는 데 그쳤고, 이튿날 이라크 내 6개 군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았지만 모두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 곳들이었다고 WP는 짚었다.
비영리단체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이란 전문가 라히브 히겔은 "이 단체들은 사업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이라크 정부와 매우 통합돼 있다. 왜 이들이 그걸 포기하겠느냐"고 말했다.
질 것이 뻔한 전쟁에 끼어들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았다는 이야기다.
시아파 민병대는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채 세력을 확장하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려고 창설된 이라크 정부의 민병대 통제기구 인민동원군(PMF·하시드 알사비)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이를 발판으로 이라크 정부 내 중심 세력으로 부상했고, 막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손에 넣었다.

당장 이라크 정부예산으로 지급되는 민병대원 급여와 각종 지원만 해도 연간 35억 달러(약 4조7천500억원)에 이른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편을 들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가 지도부가 궤멸하는 타격을 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다른 저항의 축 구성원들과 달리 이미 미국과 직접 대결했다가 큰코다친 경험이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20년 초 바그다드를 찾은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과 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을 표적 공습으로 제거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자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에 피격돼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자 불과 일 주일여 만에 보복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지도자들은 추가 공격을 우려해 한동안 은신 생활을 해야 했다고 한다.
또 시리아와 레바논, 이라크를 넘나들며 '저항의 축' 구축을 주도했던 솔레이마니가 사라지자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는 이란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르는 데서 벗어나 더 큰 자율성을 누리게 됐다는 게 중동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가 움직이지 않는 데는 이란 정부의 의향도 일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이란은 국경을 맞댄 이웃국인 이라크를 통해 서방의 제재를 우회해 원유를 팔거나 금수 품목을 수입해 왔는데, 이라크의 정세가 혼란에 빠지면 당장 이런 활동이 중단될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이라크 고위 당국자는 WP에 "이라크가 분쟁에서 벗어나 있는 건 이란이 그렇게 되길 원하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면서 "그들은 이라크의 안정이 그들(이란)의 국가안보와 경제 상황에 극도로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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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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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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