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6 피날레, ‘Estranger Things’ 편에서 울려 퍼진 마지 심슨의 묘비명은 전 세계 심슨 팬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미국 애니메이션의 상징이자 35년 이상 이어온 가족 시트콤 *심슨 가족(The Simpsons)*이 마지의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 마지는 죽었을까? 이를 단순한 전개 반전이나 화제성 이벤트로 치부하기엔 심슨 가족이라는 작품의 구조는 훨씬 더 복잡하고 유동적이다. 이 시리즈는 단 한 번도 ‘정해진 미래’를 고정된 진실로 제시한 적이 없다.
- 반복되는 ‘미래 회상 에피소드’, 진짜는 없다
이번 에피소드처럼 심슨 가족은 그간 수차례 ‘미래를 미리 본다’는 설정을 활용해 왔다. 대표적으로 시즌6 ‘Lisa’s Wedding’(1995), 시즌11 ‘Bart to the Future’(2000), 시즌23 ‘Holidays of Future Passed’(2011), 시즌27 ‘The Marge-ian Chronicles’(2016) 등이 있다.
놀랍게도 이 모든 에피소드의 미래는 서로 충돌한다. 예를 들어 ‘The Marge-ian Chronicles’에서는 리사와 마지가 함께 화성 식민지에 정착해 살아가는 모습이 나오며, 분명히 마지는 생존해 있다. 반면 이번 시즌36 피날레에서는 마지가 이미 사망하고, 천국에서 고(故) 링고 스타와 함께 있는 장면까지 그려졌다.
즉, 시리즈 내에서 제시되는 ‘미래’는 하나의 공식 설정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는 '심슨 가족'이 고유의 세계관 속에서 ‘현재’를 풍자하는 도구로 미래를 활용한다는 분석과 맞닿아 있다.
[사진]OSEN DB.
- 죽음을 말하는 듯, 말하지 않는 듯…‘에피소드 형식의 진화’
이번 에피소드는 전개만큼이나 연출 방식에서도 눈에 띄는 진화를 보여줬다. 디즈니+ 시대 이후 심슨은 서사 연결성보다는 감정의 밀도를 강조한 에피소드 구성을 실험 중이다. 마지의 죽음 장면도 비극적으로 연출되었지만, 뒤이어 등장한 유쾌한 천국 장면과 시트콤 특유의 아이러니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이게 진짜야?’라는 이중 감정을 안긴다.
특히 삽입곡으로 사라 맥라클란이 직접 부른 토이 스토리 2의 패러디곡 ‘When She Loved Me’는 향수를 자극하며 감정을 끌어올리는 장치로 활용됐다. 이는 심슨 가족이 여전히 애니메이션의 감정 서사와 사회 풍자를 동시에 아우르는 저력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사진]OSEN DB.
- 마지의 죽음, 심슨의 ‘지속 가능성’에 던지는 질문
이번 에피소드는 단순히 마지라는 캐릭터의 운명을 논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팬덤 내에서는 “35년을 넘긴 장수 시리즈가 이제 스스로의 끝을 실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4년, 디즈니는 심슨 가족을 시즌40까지 연장하며 공식적으로는 '계속된다'고 선언했지만, 내부 제작진은 에피소드마다 시리즈의 유산과 감정을 정리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피날레 직후 SNS와 해외 팬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진짜 작별의 시작인가”라는 우려와 함께 마지를 기리는 추모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 결론 : 마지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마지 심슨은 이번 에피소드에서 죽었다. 하지만 동시에 천국에서 살아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아직 화성에 있다. 이것이 바로 심슨 가족의 방식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 심슨은 언제나 현재의 우스꽝스러운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었고, 그 거울 속에서 마지의 파란 머리카락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