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부산 기장 고리 1호기의 해체 계획이 승인됐다. 2017년 6월 영구 정지 판정이 내려진 고리 1호기에 대한 해체 승인을 2021년 5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청한 뒤 4년 만에 최종 결정이 났다. 국내에서 상업용 원전이 해체 승인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제216회 회의를 열고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해체를 진행하는 한수원은 이미 사전 준비를 위해 지난달부터 고리 1호기 제염 작업에 착수했다. 원안위는 한수원이 정량 평가한 해체 비용 1조713억원이 적합하고, 한수원이 지난해 기준 충당부채 형태로 9647억원을 현금 적립하는 등 재원 마련도 돼 있다고 평가했다.
한수원에게도 해체 작업은 첫 도전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영구 정지된 전 세계 원자로는 21개 국가에서 총 215기다. 이 가운데 해체가 완료된 원자로는 미국 20기, 독일 3기, 일본과 스위스 각각 1기 등 총 25기 정도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발전용 원자로 해체를 완료한 실적은 미국만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연구용 특히 고리 1호기와 동일한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자로 모델은 아직 해체가 끝낸 사례가 없다.
한수원이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향후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트랙 레코드’가 될 전망이다. 설계 수명이 끝났지만 아직 해체되지 않은 원전은 189기에 달한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이츠화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오는 2050년까지 32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향후 500조원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비용은 약 7500억~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원전 총 30기를 대상으로 적용할 경우 국내 원전 해체 시장 규모만 약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원전 해체 작업을 준비해온 한수원은 내년 중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공동 연구개발 계약 등을 통해서다. 현재 원전 해체의 핵심 기반 기술 96개 중 한수원이 58개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나머지 38개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해제 작업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쌓일 경우 한국이 원전의 ‘건설-가동-해체’ 전주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한국형 원전 수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