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TQL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도르트문트(독일)에 0-1로 졌다. 32개 참가팀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한 번만 비겨도 추가 상금 14억원을 받는다. 3패의 울산은 출전비 130억원만 챙긴 채 짐을 쌌다. 울산은 전반에만 슈팅 수 0대20으로 도르트문트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후반까지 합한 슈팅 수는 3대28. 조현우가 전체 슈팅 28개 중 유효슈팅 9개를 막아냈다. 그의 ‘신들린’ 선방이 아니었다면 서너 골은 더 내주고 대패할 뻔했다.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세루 기라시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쏜 슈팅과 노마크 헤딩슛도 조현우를 뚫지 못했다. 조현우는 전반 40분 묘기처럼 다리를 쭉 뻗어 슈팅을 막았고, 후반 37분엔 몸을 날려 공을 쳐 냈다.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고, 관중석의 도르트문트 팬은 헛웃음을 지었다. 전반 35분 유일한 실점은 울산 수비수 이재익의 안일한 패스가 끊긴 탓이었다.
독일만 만나면 유독 빛난다. 조현우는 앞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독일에 0-2 패배와 그에 따른 조별리그 탈락을 안겼다. 당시 독일 대표팀 멤버였던 도르트문트의 율리안 브란트, 니클라스 쥘레는 조현우를 보고 7년 전 악몽을 떠올렸을 만하다. 독일 매체 슈피겔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서 선방쇼를 펼친 조현우가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고 전했다. 도르트문트 구단은 소셜미디어에 “조현우에 경의를 표한다”고 썼다. 통계업체 소파스코어는 조현우에게 양 팀 최고인 평점 9.7점을, 독일 키커는 유일하게 평점 1점(1~6점 중 낮을수록 좋은 평가)을 부여했다. 조현우는 “공이 많이 올 거라 예상했고, 즐기면서 해 선방이 나왔다”고 말했다.
출사표에서 “K리그 팬들에게 자부심을 주겠다”고 했던 김판곤 울산 감독은 이렇다 할 전술도 보여주지 못한 채 세계의 높은 벽만 확인시켜줬다. 그나마 해볼 만하던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와의 1차전에선 한껏 웅크리는 스리백을 쓰다가 0-1로 졌다. 플루미넨시(브라질)와의 2차전에서 공격수 2명을 뺀 전원을 후방 깊숙이 내리는 극단적인 수비를 펼쳤다. 그런데도 크로스패스를 42개나 허용했고 2-4로 졌다. 김 감독이 보인 전술적 ‘헛발질’과 대회 환경은 내년 6월 북중미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축구대표팀과 홍명보 감독에게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는 ‘시험판’이자 ‘반면교사’가 될 전망이다.
큰 대회에서 강팀을 상대할 때는 실리적으로 접근하는 게 원칙인데, 울산과 김 감독은 이런 전제부터 놓쳤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실리적 콘셉트라도 확실한 역습 패턴과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너무 장시간 내려앉으면 먼저 실점할 확률이 높다. 수비라인을 내리더라도 전방 압박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꼭 잡아야 할 팀을 상대할 때는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회 기간 미국 날씨는 무더웠고 낙뢰가 잦았다. 이로 인해 참가팀 모두 애를 먹었다. 낙뢰로 1차전 킥오프는 65분 미뤄졌다. 또 30도 중반의 더위에 고전했다. FIFA가 유럽 TV 프라임타임에 맞춰 일부 경기 킥오프를 현지시간으로 정오 또는 오후 3시로 잡은 탓이다. 도르트문트전이 오후 3시에 시작했는데, 조현우는 “큰 대회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울산은 2차전에 30대 선수를 7명이나 기용했다. 더위를 이겨낼 강한 체력을 감안할 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선수 운용이었다.
도르트문트전 홀로 빛난 조현우
◦ 슈팅 수: 3(울산):28(도르트문트)(전반전 0:20)
◦ 선방: 유효슈팅 9개 저지(유럽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세루 기라시 유효슈팅 4개)
◦ 평점: 9.7점(소파스코어, 양팀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