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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의 뉴스터치] 사법고시 부활?

중앙일보

2025.06.26 08:10 2025.06.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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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 논설위원
8년 전 완전히 폐지된 사법고시를 부활하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광주·전남 타운홀 미팅에서 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한 참석자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는데, ‘금수저’만 그 로스쿨을 다닐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반응했다. 이 대통령은 “공식 의제로 논의하기가 쉽지 않은 진짜 어려운 주제”라면서도 “검토나 한번 해보자”고 참모진에 지시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처럼 사시 합격은 과거 한국 사회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가난하게 태어났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스토리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도 이런 ‘개천 용’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고시 낭인’이란 말처럼 사회적 비용도 많았다.

사시 폐지와 로스쿨 도입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렵게 이뤄낸 사법개혁 과제였다. 노 전 대통령은 29세였던 1975년 고졸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사시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 그의 자서전(『운명이다』)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사법연수원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서울의 쟁쟁한 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을 그곳에서 처음 보았다. 그런데 나는 외톨이 신세였다.” 이때의 경험은 출신 대학, 연수원 기수 등으로 얽히는 ‘법조 카르텔’을 해체하겠다는 개혁 의지로 이어졌다.

현재 로스쿨은 ‘노무현의 꿈’이었던 평등·정의·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비싼 학비의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나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온 지도 오래됐다. 꼭 사시 부활이 아니더라도 청년 세대에게 ‘개천에서 용 난다’는 꿈을 되찾아 줄 필요가 있다.





주정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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