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 이후 이란이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향후 이란은 과거처럼 테러나 사이버 공격 감행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이번 사태가 더 큰 규모의 국지전으로 변모할 가능성은 작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도움을 이란이 기대하기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이란 경제에 수출을 옥죄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1기보다 강경한 트럼프 2기 확인
‘대외 개입 반대파’축출 여부 주목
독재국 연대는 종이호랑이 입증
이번에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몇 가지 새로운 점을 배웠다. 첫째, 트럼프 2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경할 것이라는 점이다. ‘마가(MAGA)’ 진영에는 여러 계파가 있다. 그중에 가장 영향력이 큰 세력은 반(反)이민과 워크(Woke) 반대 운동가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대표된다.
외교 정책은 친(親)이스라엘 강경파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그룹과 그 반대편에 대외개입 반대주의자인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보수 평론가인 터커 칼슨 그룹으로 갈라져 있다. 그 중간에 JD 밴스 부통령,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트럼프의 책사인 스티브 배넌이 있다.
이들은 모두 중동이나 유럽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반대하지만,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옹호한다. 이 세력은 자신들이 트럼프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이란 폭격으로 트럼프는 대외 개입 반대파를 잘라 낼 갈림길에 섰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을 비판했으며 뉴욕타임스에는 경질설 보도가 나왔다. 이제 세계는 트럼프 2기가 고립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둘째, 미군은 다시 한번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했다. 공군과 해군으로 이란의 방공 능력을 속인 뒤 GBU-57 벙커버스터로 이란의 핵 시설을 정밀 타격한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는 갖지 못한 파괴력이다. 이런 전략이 중국이나 북한에 똑같은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도 이번에 보여준 군사력은 전 세계 미국의 적국들이 몸서리치기에 충분했다.
셋째, 예상외로 트럼프가 고립주의나 대외개입 반대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일방적으로 행동한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에 조기 귀국한 트럼프는 참석한 주요 동맹국과의 연대에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의 이란 폭격에 대해 미국의 최고 동맹국인 일본·호주·한국은 곧바로 지지 의사를 밝히기를 주저했다. 전임자들과 달리 트럼프 정부가 사전에 주요 동맹국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넷째, 이른바 ‘격변의 축(Axis of Upheaval)’으로 불리는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의 연대는 위기 상황에서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역사적으로도 독재 국가는 민주 국가보다 집단 안보를 위한 통합을 보여주지 못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 미국의 이란 폭격이 실패로 돌아가길 바랐겠지만,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정부와 달리 증오에 기초해 수립된 독재 정권은 서로 잘 뭉치지 못한다.
북한 김정은은 이 모든 사태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강경한 태세, 파괴적인 미군의 군사력,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독재 정권들의 힘 없는 연대는 김정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마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정당성도 찾을 것이다.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한 공격은 미국에 훨씬 더 엄청난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한 것은 이란이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응하지 않아서였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거래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북한이 비타협적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트럼프가 북한을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북·미 협상이 성사된다면 트럼프는 북한의 비타협적 태도와 기만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김정은이 북핵 폐기에 훨씬 더 강경해졌기 때문에 북·미 외교 전망은 밝지 않다. 이재명 정부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