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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나?

중앙일보

2025.06.26 08:30 2025.06.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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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전 총장
최근 세계적으로 중국의 과학기술과 산업 능력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중국은 값싼 인건비를 이용해 ‘짝퉁’이나 만들어내는 나라라는 인식이 (특히 서방세계를 중심으로) 강했는데, 이제는 기술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아마도 여기에는 최근의 딥시크 충격이 커다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중국의 자그마한 인공지능(AI) 연구개발 회사가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미국의 오픈AI 등과 경쟁할 만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딥시크는 미국의 수출 통제 때문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를 쓸 수도 없었다. 자국의 반도체를 이용해서 이러한 성과를 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이미 과학기술 선진국가
첨단제조 산업에서도 세계 제패
중국 과학굴기 눈부신 성공 비결
제대로 알려면 다학제 연구 필요

지난 1월 27일 베이징에서 한 스마트폰에 설치된 딥시크의 모바일 인공지능 챗봇 어플리케이션의 모습. AFP=연합뉴스
사실 딥시크 충격 이전에도 중국의 과학기술이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증거는 여럿 있다. 예를 들어 드론의 경우 중국의 DJI가 세계 시장 70% 이상이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로봇 산업도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시장일 뿐만 아니라 점유율에서도 40% 이상을 가지고 있다. 환경 문제 때문에 미래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는 전기차도 중국 회사가 세계 점유율 60%를 넘어섰고, 특히 BYD는 2024년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차전지 산업에서도 중국의 CATL이 2024년 1분기 세계시장 점유율 36.8%로 1위를 차지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회사들은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정이다.

상업제품 생산뿐만 아니다. 지적재산권 면에서도 이미 중국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국제특허(PCT) 출원을 보면 중국은 2019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기관별로도 중국의 화웨이가 수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023년 통계를 보면 10대 다(多)출원 기업 중에 중국 기업이 4개나 된다. 기초과학 수준을 나타내는 논문도 비슷하다. 발표 논문 수에서 중국은 세계 1위인데, 며칠 전 발표된 2025년 연구 영향력을 평가하는 네이처 인덱스에서 상위 10대 연구기관 중 중국 기관이 무려 8개나 포진하고 있듯이 그 수준도 매우 높다. 미래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 예상되는 AI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함께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출원된 생성 AI 관련 특허의 70%는 중국에서 출원된 것이고, 전 세계 AI 고급인재의 47%가 중국 출신이라고 한다(중앙일보 2월 5일자).

역사적으로 과학기술 후진국이 이렇게 빨리 과학 강국으로 발전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과학자들을 대거 영입했던 미국이 최근의 거의 유일한 예일 것이다. 그런데 세계 3대 AI 강국, 과학기술 선도국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중국 과학굴기의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다.

중국은 이제 심지어 일반적인 세계 추세에 맞지 않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지난 6월 23일 중앙일보에는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인민일보와 한 인터뷰가 소개되었는데, 필자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내용이 있었다. 화웨이가 작년에 자체 연구개발비의 30%에 해당하는 약 11조원을 기초연구에 투자했다고 런정페이 회장이 밝힌 것이다. 2024년 한국 정부의 기초연구 예산이 2조 3400억원 정도인데, 화웨이라는 민간기업 하나가 이의 4.7배에 해당하는 기초연구비를 투자한 것이다.
지난 2월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기업가 화웨이 좌담회에서 런정페이(가운데) 회장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CC-TV 캡처

더욱 놀라운 것은 중국 정부도 이미 기초연구에 약 48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고, 그 지원 분야가 화웨이의 사업 영역인 물리, 화학, 정보통신 등과 많이 겹친다는 사실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민간 기업은 투자 성과가 장기간 뒤 나타나는 기초연구 투자는 꺼리고 있다. 그런데 화웨이는 무슨 목표가 있길래 총연구비의 30%를 기초연구에 투자할까? 여기저기 물어보았지만,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이나 일본의 각 분야에 대한 전문가는 많이 있지만, 중국에 관한 전문가는 매우 부족하다. 중국도 미국이나 일본 못지않게 우리나라에 중요한 국가인데도 말이다. 물론 한 나라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중국은 워낙 크고 복잡한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중국 ‘과학 굴기’의 원인과 그 영향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중국과 한국은 결국 첨단기술을 응용한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학기술 정책만을 단편적으로 살펴봐서는 불완전한 연구가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모든 문제는 얽혀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의 정치 체제, 독특한 사회 문화 등도 같이 고려해야 균형 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반성하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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