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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실 해명 김민석 청문회, 남은 인사 검증도 이럴 건가

중앙일보

2025.06.26 08:34 2025.06.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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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5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자료 제출 등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파행이 지속되자 후보자석을 잠시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제출 않더니 뒤늦게 “국민 눈높이 미흡 송구”



다수 의석만 믿고 오만한 모습 땐 민심 역풍 불러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각종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김 후보자와 관련해선 재산 증식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대로 검증된 게 없다. 검증을 주도해야 할 야당의 실력 부족 탓도 있지만,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거나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후보자와 후보자 옹호로 일관한 여당 책임이 크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증인과 참고인 한 명 없이 총리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급기야 야당 의원들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청문회장을 떠나며 자동 산회됐다.

김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파행 후 “삶의 팍팍함 속에서도 공적 책임을 다해 왔지만, 국민 눈높이에 여전히 미흡하실 대목들에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형식적 사과에 앞서 스스로 자료를 공개하고 총리직에 걸맞은 자질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증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의무였다. 하지만 김 후보자와 여당 측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SNS에 ‘김 후보자가 현금 6억원을 장롱에 쌓아 놓고 있었다’고 언급하자 이를 꼬투리 잡아 “제2의 논두렁 시계식 프레임”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2009년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불거진 사건에 빗대 역공을 편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청문회에서 2억원을 투자해 월 450만원씩 받았다는 배추 농사, 장모에게서 지원받았다는 2억원, 김 후보자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국가채무비율만 남았다고 혹평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김 후보자의 인준 동의안을 단독으로 의결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절반을 훨씬 넘는 거대 의석을 가졌으니 단독 처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여권이 앞으로 남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 검증에서도 김 총리 후보자의 경우처럼 부실한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수 의석을 믿고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검증에 임해야 한다.

역대 정권 초기마다 여권이 높은 대통령 지지율을 믿고 부적절한 인사를 밀어붙이다 민심 이반을 초래한 사례가 터져 나왔다. 적기에 문제 인사를 경질할 기회를 놓치고 고집을 피우다 결국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이미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부인의 차명 부동산 논란으로 낙마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가 한남뉴타운 지정을 앞두고 도로용지를 매입한 뒤 되팔아 10억원이 넘는 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조각 인사가 진행될수록 검증 작업도 본격화할 것이다. 이 대통령과 여당은 의혹이 제기될 경우 국민에게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교체할 인물은 과감히 결단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다수 의석을 믿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다간 역대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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