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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기후난민] (23)'콩 한조각도 나눠먹자' 대륙의 열린 난민정책

연합뉴스

2025.06.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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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니제르, 주변국서 넘어온 난민 적극 수용…우간다 가장 많은 180만명 받아 '진보적' "저·중소득국이 오히려 난민 환대"…국경 닫는 유럽 등 선진국과 대비
[아프리카 기후난민] (23)'콩 한조각도 나눠먹자' 대륙의 열린 난민정책
카메룬·니제르, 주변국서 넘어온 난민 적극 수용…우간다 가장 많은 180만명 받아 '진보적'
"저·중소득국이 오히려 난민 환대"…국경 닫는 유럽 등 선진국과 대비

(야운데·니아메=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한 사람을 위해 충분한 음식이 있으면 모두를 위해 충분한 음식이 있는 것이다."
세사르 음바브 칠롬보 유엔난민기구(UNHCR) 카메룬대표부 부대표는 지난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난민 수용 정책을 설명하며 이런 아프리카 속담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카메룬에서 난민들이 머무는 지역은 그 전부터 이미 개발지표가 낮았고 난민 유입은 지역 사회 주민들에게 부담이 됐을 수 있다"며 "그런데도 카메룬을 비롯한 저개발 국가들은 강제로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난민과 연대하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메룬에서 난민은 원칙적으로 투표권을 제외하고 카메룬 국민과 같은 권리를 부여받고 지역 사회와 통합되도록 장려된다고 칠롬보 부대표가 부연했다.
서아프리카 카메룬에는 이웃 국가에서 분쟁 등을 피해 온 난민 40만여명이 살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카메룬으로 온 난민이 28만3천478명이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을 피해 나이지리아에서 국경을 넘은 난민이 12만6천189명이다.
카메룬은 국민의 20% 이상이 하루 생활비가 세계은행이 정의한 절대빈곤 기준선 2.15달러(약 3천원)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국가다.
그러나 유엔난민기구 등 국제기구와 힘을 합쳐 인접 국가에서 온 난민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것이다.

니제르 역시 서아프리카에서 난민을 많이 수용하는 국가다.
니제르에는 올해 4월 기준으로 난민 43만1천610명(난민 신청자 포함)이 있다. 출신 국가로는 나이지리아(26만3천142명), 말리(12만5천261명), 부르키나파소(3만8천718명) 등의 순으로 많다.
니제르는 국경 지역의 치안 불안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난민을 포용하는 정책을 폈다.
니제르 정부는 난민을 포함한 강제 실향민을 잘 보호하기 위해 1985년, 2017년, 2019년 등 세 차례 관련법을 개정했다고 유엔난민기구가 전했다.
2023년 7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도 난민들을 위해 국경을 열어두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극빈국으로 꼽히는 니제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트리스 은고르 디오 유엔난민기구(UNHCR) 니제르 부대표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니제르 북부에는 유목 성향을 가진 부족들이 많다. 이들은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높다"며 "니제르 내 지역사회 주민들이 난민을 환대하는 정서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메룬, 니제르뿐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열린 난민정책'을 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중부 아프리카의 내륙국 우간다이다.
우간다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으며 난민 및 난민 신청자가 180만명이나 된다.
우간다는 법으로 난민에게 회사 설립, 취업, 자유로운 이동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간다의 난민 정책이 세계적으로도 매우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밖에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케냐, 탄자니아 등 국가들도 난민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 케냐 정부는 30만명이 거주하는 카쿠마 난민캠프를 지역 사회와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아프리카 국가들은 난민뿐 아니라 자국에서 분쟁 등으로 집을 잃은 이들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아프리카 50여개국을 묶는 국제기구 아프리카연합(AU)은 2009년 자국 내 강제 실향민(IDP)의 보호 및 구호를 위한 이른바 '캄팔라 협약(Kampala Convention)'을 채택했다.
2012년 발효된 이 협약은 아프리카 각국 정부가 강제로 집을 떠난 사람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의 행보는 유럽 등 선진국이 난민을 위한 벽을 높게 세우는 현실과 대비된다.
유럽에서는 2015년 아프리카 및 중동 출신 난민들이 대거 몰려든 이른바 '난민 위기'를 겪은 뒤 반난민 정서가 강해졌다.
유럽에서는 일자리 문제 등에서 난민에 부정적인 여론 속에 극우 정치가 확산했으며 아프리카 난민을 위한 국경 단속이 강화됐다.
이와 달리 아프리카 국가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난민 보호에 손을 잡고 있는 셈이다.
칠롬보 유엔난민기구 카메룬대표부 부대표는 "유엔난민기구에서 31년 동안 일하면서 저·중소득국들이 난민을 환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세계적으로 70%가 넘는 난민들이 주변에 위치한 저·중소득국에 머무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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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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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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