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니제르, 에티오피아 현지 취재…온실가스 감축하고 기후변화 적응해야
대한민국 난민기구 10대 공여국…정기 후원자도 20만 달해
우리도 기후난민 될 수 있다는 자세로 아프리카와 공동 대응 나서야
[아프리카 기후난민] (25)위기의 시대, 그들과 연대를 생각한다
카메룬, 니제르, 에티오피아 현지 취재…온실가스 감축하고 기후변화 적응해야
대한민국 난민기구 10대 공여국…정기 후원자도 20만 달해
우리도 기후난민 될 수 있다는 자세로 아프리카와 공동 대응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노재현 기자 = "한국도 지구 반대편에서 이런 일(난민 문제)이 일어나고 있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카메룬 최북단주 미나와오 난민캠프에 사는 알리 아바차(59) 씨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며 내놓은 말이다.
난민 문제의 심각성이 지구촌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연합뉴스가 기후난민 취재차 지난 7일부터 2주간 서아프리카 카메룬과 니제르를 찾아 확인한 난민들의 삶은 가혹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아바차 씨의 경우 2013년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위협에 국경을 넘어 미나와오 캠프에 온 지 벌써 12년이 흘렀다.
지난 12일 카메룬 최북단주 야구아 변두리에서 만난 여성 우르바 라셸(46) 씨는 작년 8월 홍수로 집이 완전히 파괴된 뒤 10개월 넘게 열악한 텐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이 7명과 함께 3평 남짓한 텐트에서 지낸다는 그는 "안전하게 마실 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강제 실향민의 고통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은 국제사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오늘도 사람들은 TV, 신문을 통해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 등 굵직한 뉴스들에 집중하느라 난민 문제를 생각할 틈이 별로 없다.
그러는 사이 아프리카 난민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축소 등으로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뀐 기후에 잘 적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기후변화에 맞서는 것은 너무 버겁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의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에 불과하다.
아프리카는 지금도 이산화탄소를 미국 등 선진국보다 훨씬 적게 배출한다.
그런데도 카메룬, 니제르의 사막화 심화, 빈번한 홍수 등에서 보는 것처럼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또 아프리카의 빈곤 국가들은 자본, 기술 등이 부족한 탓에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다.
카메룬 최북단주 마가호수 근처 앙두밀 마을은 약한 흙집이 대부분이고 제방도 70㎝ 정도에 불과해 매년 여름 홍수로 물에 잠기고 있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지원 감소는 난민들의 삶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다.
올해 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원조를 보류하겠다고 밝히면서 인도주의 국제기구들은 더욱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카메룬과 니제르에 있는 유엔난민기구 현장 사무소들은 재정 악화 탓에 교육, 의료 등 여러 서비스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6월 말부터 니제르 내 난민 40만여명 가운데 약 3만3천명만 세계식량계획(WFP)의 식량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유엔난민기구는 우려했다.
난민을 위해 국제사회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다.
세사르 음바브 칠롬보 유엔난민기구 카메룬 부대표는 "강제 실향과 결합된 기후변화의 영향은 단 하나의 국가나 기관이 해결할 일이 아니다"며 "국제사회가 연대해야 수백만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번 기후난민 취재에서 한국이 아프리카에 건넨 연대의 손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니제르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의 분쟁취약국 지원 프로젝트에 따라 난민과 지역사회 주민이 참여하는 직업훈련, 공동농장 등 의미 있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현지 사무소가 주도하는 사업에는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가 참여한다.
카메룬과 니제르의 유엔난민기구 관계자들은 한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진 한국은 이미 난민을 돕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은 2013년부터 매년 유엔난민기구 민간 파트너십의 주요 10개국에 포함됐다.
2023년 한 해에만 50만명이 넘는 정기 및 일시 후원자들이 유엔난민기구 활동을 후원했다. 현재 한국에서 유엔난민기구의 정기 후원자가 20만명이 넘는다.
나아가 난민을 단순한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연대할 존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카메룬 미나와오 난민캠프에서 만난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들은 기름 판매, 메기 양식 등 다양한 경제 활동을 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이들은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으로 나무 심기, 친환경 숯 생산 등으로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난민캠프 내 학교에서 환경 보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미나와오 캠프의 난민들이 누구보다 일찍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체감하면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는 종족 구성이 다양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에서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산림청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함께 에티오피아 남부에서 커피를 숲의 다른 수익 작물과 함께 재배하는 혼농임업 사업을 진행했다. 부족한 토지와 물을 놓고 서로 다투던 부족들이 이 공동사업을 통해 함께 소득을 늘리고 화해한 장면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
산림청은 기후난민을 양산하는 사막화에 맞서 유엔기구 등과 숲을 복원하는 사업을 아프리카 8개국에서 진행했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이 미국의 대(對)아프리카 원조 축소로 생긴 공백을 어느 정도 메꿀 수 있고, '미들파워' 중견국으로서 아프리카를 무대로 섬김의 리더십을 펼쳐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아프리카연합(AU) 당국자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한국이 이 같은 '그린 장벽'(Green Wall)을 세우는 지도력을 발휘한 점을 평가하면서 기후금융 지원을 지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AU는 자체적으로 기상예보 시스템이 미비한 회원국을 대상으로 속보 시스템을 운영해 기후재난을 예방하고 있다.
AU는 또 기후변화 요인을 개발정책에 통합하며, 고용창출을 통한 빈곤 감소로 기후변화에 대한 복원력을 키우는 데 있어 국제사회의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영남산불에서 보듯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기후난민 대응에 협력하면서 우리도 국내 기후변화 이슈를 대처하는 데 있어 좋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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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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