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中 주도' 안보회의 공동성명 거부…파키스탄 문제 이견
인도 국방장관 "공동성명은 파키스탄 서사에 부합" 반발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도가 중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국방장관 회의에서 공동성명 채택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무력 충돌 후 휴전한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협의체 내 중국의 영향력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 25∼26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SCO 10개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에서 공동성명 서명을 거부했다.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수도 뉴델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인도는 테러 우려를 (SCO 국방장관 회의 공동성명) 문서에 반영하길 원했지만, 특정 국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인도 주장에 반대한 국가가 어디인지는 밝히진 않았다.
AP는 지난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관광객 등 26명이 숨진 총기 테러와 관련한 내용이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자 SCO 나머지 회원국이 파키스탄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인도가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테러를 계기로 지난달 서로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대규모 무력 충돌을 했고, 전면전으로 확산하기 직전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인도는 테러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했으나 파키스탄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020년 이후 이번 SCO 국방장관 회의에 처음 참석한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이 테러와 역내 안보 등 핵심 사안에 관한 인도 입장을 희석시켰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싱 장관이 이번 공동성명은 발루치스탄 지역의 무장 활동은 언급하면서도 인도 관광객을 상대로 한 테러는 빠뜨렸다며 "파키스탄의 서사에 부합한다"고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인도가 발루치스탄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인도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비록 SCO 국방장관 회의 공동성명은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이번 합의 불발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사실과 함께 중국이 SCO 내부의 결속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보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최근 인도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규탄하는 내용의 SCO 공동성명에서도 10개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빠졌다.
중국은 인도와 국경 문제를 둘러싸고 수십 년 동안 갈등을 빚고 있으며, 파키스탄과는 최근 들어 가장 가까운 동맹국 가운데 하나라고 AP는 전했다.
장빈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회의는) 완전한 성공이었다"고 자평했지만,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된 배경에 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SCO는 미국의 아시아 내 영향력에 대응하기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해 만든 안보 협의체로, 최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중국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회원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즈 공화국,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이란, 벨라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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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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