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에서 경질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곧바로 일자리를 찾게 될까. 그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7일(한국시간) "로스엔젤레스(LA)FC는 전 토트넘 감독인 포스테코글루를 차기 사령탑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는 유로파리그 우승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토트넘에서 해고됐다"라고 보도했다.
호주 출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3년 여름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다. 시즌 도중 결별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후임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코틀랜드 셀틱을 제외하고는 유럽 커리어가 없었기에 우려의 시선도 많았지만, 그는 시즌 초반 토트넘을 프리미어리그 1위로 올려놓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자신하는 '공격 축구'가 빛을 발휘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단조로운 공격 전술과 무리한 경기 운영으로 조금씩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고, 강도 높은 훈련과 플레이로 인해 줄부상까지 발생하면서 후반기 와르르 무너졌다.
[사진]OSEN DB.
올 시즌은 더욱 심했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서도 브라이튼에 1-4로 역전패하며 최종 성적 11승 5무 22패, 승점 38, 골득실 -1(64득점 65실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순위는 클럽 역사상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성적인 17위. 기존 최저 기록은 1993-1994시즌의 15위였다.
단일 시즌 리그 최다 패배 기록도 새로 썼다. 토트넘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38경기 체제에서 20패를 기록한 건 1912-1913시즌이 마지막이었지만, 이번엔 여기에 2패나 더 추가했다. 22패는 42경기 체제까지 통틀어도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 타이다.
물론 엄청난 성과도 이뤄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제압하며 토트넘의 17년 무관을 끊어냈다. 그 덕분에 손흥민도 마침내 커리어 첫 우승을 손에 넣었다. 자신은 언제나 2년 차에 우승했다고 외쳤던 호언장담을 결국 지켜낸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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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흔들리지 않고 칼을 빼 들었다. 토트넘은 "상당한 숙고 끝에 클럽은 포스테코글루가 직무에서 해임되었음을 발표할 수 있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작별을 고했다. UEL 결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린 지 16일 만이었다.
토트넘은 "보드진은 만장일치로 변화가 최선의 이익이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는 지난 프리미어리그 66경기에서 승점 78점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시즌 최악의 리그 성적으로 절정에 달했다"라며 "때때로 부상과 유럽대항전 우선 순위 때문에 불가피했고, 유로파리그 우승은 클럽의 위대한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감정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순 없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끝으로 토트넘은 "우리가 내려야 했던 가장 힘든 결정 중 하나였으며, 가볍게 내린 결정도 아니고 성급하게 내린 결정도 아니다. 쉬운 결정이 아니라 앞으로 성공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주기 위한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라며 "우리는 재능 있고 젊은 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포스테코글루는 훌륭한 플랫폼을 제공해줬다.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의 미래가 잘 풀리길 바란다. 그는 항상 집으로 돌아와 환영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의 차기 사령탑은 덴마크 출신 프랭크 토마스 감독이다. 레비 회장은 빠르게 움직여 브렌트포드에서 토마스 감독을 빼왔다. 바이아웃 금액인 1000만 파운드(약 186억 원)를 지불하면서 토마스 사단을 통째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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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기간보다 2년 빠르게 토트넘을 떠나게 된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는 "토트넘 감독으로서 시간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감정은 자부심이다. 영국의 역사적인 축구 클럽 중 하나를 이끌고 그들이 가져야 할 영광을 되찾은 건 내 인생에서 영원히 간직될 경험이다"라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휴식기는 생각보다 짧을 것으로 보인다. 무직 신분인 그는 '아시아 챔피언'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 사령탑으로 거론된 데 이어 이번엔 미국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LAFC다.
BBC는 "현재 LAFC를 지휘 중인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을 떠나 그가 현역 시절 활약했던 독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MLS 시즌은 10월에 종료되며 LAFC는 서부 컨퍼런스에서 6위에 올라 있다. MLS는 각 컨퍼런스에서 상위 9개 팀이 결승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에 이대로라면 LAFC도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게 된다.
그러나 LAFC는 체룬돌로 감독과 더 이상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이번 시즌까지만 동행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후임자를 물색하던 중 체룬돌로 감독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포착한 것. LAFC는 우선 시즌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 선임을 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