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쥐락펴락하는 中 희토류…광산 주민들은 질병으로 고통
영국 가디언 "바오터우시 바옌 오보 광산 인근 환경문제 심각"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중국 희토류의 80%가량이 매장된 북부 네이멍구(內蒙古) 바오터우시는 270만명이 사는 산업 도시로 고비사막 끝자락에 있다. 채굴 시설까지 모여있어 '희토류의 수도'로도 불린다.
희토류는 방위산업은 물론 첨단 기술 분야와 친환경 산업에도 필요한 광물 원자재다.
특히 바오터우시의 바옌 오보 광산 지대에서 채굴한 세륨과 란타넘 등은 스마트폰 화면과 자동차 제동장치 등에 쓰인다. 사마륨은 미국 등지에서 군용 자석을 만들 때 활용된다.
중국은 전 세계 중(重)희토류 공급량의 99%를 생산하며 희토류 자석도 중국이 90%를 만든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가 핵심 협상카드로 떠올랐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도 일부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하며 맞대응했다.
이후 중국은 이달 9∼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미중 고위급 회담 이후 일부 품목의 수출을 재허가했다.
희토류는 오래전부터 바오터우 지역 산업의 핵심이었다. 1930년대 바옌 오보 광산 지대에서 처음 발견됐고, 1990년대 중국의 경제 개방과 함께 본격적으로 생산됐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450% 급증해 7만3천t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생산량은 줄면서 중국이 사실상 전 세계 공급망을 장악했다.
희토류는 바오터우시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안겼다. 경제 측면에서는 축복을, 환경 측면에서는 재앙을 남겼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오터우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6만5천 위안(약 3천100만 원)으로 중국 전국 평균인 9만5천700위안(약 1천800만원)을 훌쩍 웃돈다.
지난해 희토류 산업은 바오터우시에 처음으로 연간 1천억 위안(약 19조 원) 넘는 수익을 안겼다.
그러나 희토류로 인한 바오터우시의 환경문제는 심각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방사성 폐기물은 바오터우시에 있는 인공 저수지에 버려진다.
이 인공 저수지는 오랫동안 세계 최대의 희토류 폐기물 매립지였으나 방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유해 물질이 지하수나 중국 북부의 주요 식수 공급원인 황허(黃河)로 흘러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세한 희토류 입자는 혈관 장벽을 통과해 뇌에 쌓일 수 있고 운동·감각 장애와 같은 신경계 문제와 관련될 수도 있다. 또 임신 중 태아의 신경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한 연구는 희토류 광산 일대에서 공기 중 희토류 일일 섭취량이 6.7mg에 달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준인 4.2mg을 크게 초과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0∼2010년대 바오터우시 인근 마을에서는 골격계 질환과 유행성 암 환자가 잇따랐다.
환경 운동가들은 중국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지배한 배경에는 풍부한 천연자연뿐만 아니라 가난한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유해한 작업을 감당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델라웨어대 소속 희토류 전문가인 줄리 클링거 부교수는 "대규모 채굴은 대부분 주변 지역 주민의 건강과 삶을 희생시키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거의 예외 없이 그렇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론적으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덜 미치는 기술이 있지만, 비용 문제로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크레이그 하트 교수는 "환경 부담을 줄이는 조치를 한다면 현재의 생산 비용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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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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