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프리미어리그는 빠른 리그다. 솔직히 손흥민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손흥민(33)이 토트넘 홋스퍼 선배로부터 또 한 번 '느리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62경기를 뛰었던 크리스 워들이 손흥민에게 박수를 받으며 떠날 때라고 조언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27일(한국시간 "토트넘 스타 손흥민은 그가 팀을 떠나면 커리어를 2년은 더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토트넘 전설 크리스 워들은 손흥민이 지난 10년간 보여준 훌륭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구단과 선수 둘 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믿는다"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내년 여름 토트넘과 계약이 만료된다. 토트넘으로선 올여름이 그를 판매해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 마침 손흥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토트넘도 손흥민이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면 그의 의사를 따를 생각이다.
게다가 손흥민은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우승하며 커리어 첫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그런 만큼 '전설'로서 팀을 떠날 타이밍이라고 느낄 수 있다. 영국 '풋볼 런던'은 "우리는 손흥민이 그 어느 때보다 팀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고 짚었다.
[사진]OSEN DB.
결국엔 손흥민의 선택에 달려 있는 상황. 다만 외부에서 손흥민에게 이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토트넘 출신 워들은 'OLBG'를 통해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충실한 선수였고, 그는 훌륭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는 경기에서 매우 존경받는 축구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은 각자 판매 기한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1960년생 워들은 현역 시절 잉글랜드 국가대표 윙어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등에서 활약하며 빠른 발과 뛰어난 테크닉을 자랑했다. 현재는 영국 공영방송 'BBC' 소속 축구 전문 패널로 활동 중이다. 그런 워들이 친정팀과 후배 손흥민을 향해 이제는 작별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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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들은 "만약 손흥민이 다른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면 아마 몇 년 더 남았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빠르고 신체적이며 까다롭다. 쌩쌩한 다리가 필요하다"라며 "솔직히 말해서 손흥민은 힘든 시즌을 보냈고, 프리미어리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해외로 나간다면 그에게 잘 맞을 것"이라고 짚었다.
끝으로 그는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멋진 활약을 펼쳤다. 그는 모든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으며, 모두가 그에게 행운을 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말했듯이 30대가 되면 때로는 (끝날 때를)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나아가야 할 때도 있다"라며 "토트넘은 현실적으로 손흥민이 사우디로 가서 좋은 몸값을 받길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으로 자유 이적하는 게 손흥민에게 좋을 거다. 토트넘이 그의 길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손흥민에 대한 예우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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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손흥민이 너무 느려졌다는 지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 다른 토트넘 선배 제이미 오하라도 최근 다소 직설적인 발언을 내놨다. 그는 그는 "만약 큰 기회가 온다면 나는 손흥민을 떠나게 할 거다. 난 그가 최고 수준 선수였다는 점에서 마지막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는 조금 더 느린 리그로 가야 할지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하라는 "이제 프리미어리그는 손흥민에게 너무 빠르다. 그는 속도를 잃었다.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클럽에 충실한 선수였지만, 시간은 흐른다"라며 "물론 손흥민은 전설이다. 그가 토트넘에 남아 예전의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지만,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 이상 그런 모습은 없는 것 같다"라며 지금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7골 13도움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긴 하지만, 부상 여파와 에이징 커브로 인해 예년만큼 날카롭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는 UEL 결승전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했다.
오하라는 "결승전에서 손흥민은 발이 무거웠다. 그가 부상에서 돌아왔고, 그게 힘들다는 점은 안다. 나도 여러 번 그래 봤지만, 쉽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손흥민은 과거의 기동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라며 "손흥민은 날카로움과 첫 두세 걸음에서 폭발적인 스피드가 필요하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예전엔 공을 터치하는 순간 상대를 제치고 빠르게 달려나갔지만, 지금은 그걸 할 수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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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도 이미 이적 힌트를 남긴 모양새다. 영국 '타임즈'에 따르면 토트넘은 앞서 손흥민의 상업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장기 계약을 새로 체결하길 원했다. 하지만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손흥민이 거절했고, 토트넘은 그를 공짜로 놓치지 않기 위해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했다. 올여름 작별을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다.
게다가 영국 '텔레그래프' 소속 맷 로 기자도 소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최근 토트넘 전문 팟캐스트 '라스트 워드 온 스퍼스'에 출연해 "확실히 시즌 최종전을 치른 뒤 손흥민은 사람들에게 토트넘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을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남겼다. 라커룸과 주위 스태프들에게 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손흥민이 여름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그가 이적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라며 "손흥민이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금이 구단과 자신 모두에게 헤어지기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적 협상을 펼칠 의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그래도 고민에 빠진 손흥민을 향해 이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일단 그는 내달 토트넘의 아시아 투어에 동행해야 하기 때문에 거취가 결정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설'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커리어가 한 시즌 더 이어질지 혹은 이대로 마침표를 찍게 될지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