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를 막기 위해 어제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 카드를 내놓았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소득·집값에 상관없이 최대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는 게 골자다. 최근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고가 아파트 매수를 주도해온 전문직 고소득자들의 ‘초영끌’ 주택 매수를 막는 데 대책의 초점을 뒀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주담대도 전면 금지됐다. 주담대 최장 만기가 30년으로 줄었고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내 실거주 의무도 생긴다. 다른 지역 거주자가 대출을 받아 수도권 주택을 사두는 ‘갭투자’가 사실상 막히는 셈이다. 주택 경기 과열의 원인 중에 하나로 지목됐던 정책대출 총량도 감축해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진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꺼내든 것은 서울 집값 폭등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이번 주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값 통계는 전주 대비 0.43% 올랐다.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로 오른 지난주(0.36%)보다 상승 폭이 더 컸다. 집값이 폭등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둘째 주(0.45%)와 거의 비슷할 정도다. 강남 3구에서 시작된 집값 불안은 한강벨트로 확산됐다. 성동·마포·광진구는 주간 기준으로 201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990년대 후반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증시 거품을 경고하며 자주 언급했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 떠오를 정도였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뜨거워진 것은 공급 부족 우려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커진 데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 아니면 늦다’ ‘지금이 제일 싸다’는 불안 심리까지 퍼지면서 실수요자의 추격 매수 조짐도 나타났다.
이번 대책으로 일단 대출에 의존하는 전문직 고소득자의 고가아파트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가 없지는 않다.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부자만 좋아졌다는 비판이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도입하며 금과옥조처럼 강조했던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린다’는 원칙이 뒷전으로 밀렸다. 생애 최초 대출과 신혼부부 대출 등 정책 대출이 축소돼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2030세대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릴 수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서울 외곽지역까지 실수요자의 추격 매수가 본격적으로 불붙기 전에 대출의 수도꼭지를 잠가버리는 극약처방은 불가피했다.
이번 대책에 세금과 공급 얘기는 빠졌다. 대출 규제는 단기간에 수요를 줄이는 데 유효하지만 중장기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취임 이전부터 공언해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징벌적 과세’가 집값 잡는 정공법이 될 수는 없다. 이 대통령 말은 틀린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자칫하면 ‘세금 규제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주고 ‘안도 랠리’를 조장할 위험이 있었다. 적어도 지난 정부에서 완화됐거나 유예됐던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급 대책은 당장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합리적인 선에서 완화하고 공급 속도를 단축하겠다는 메시지 정도는 내놓을 필요가 있다.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잘못된 인센티브의 산물이다. 다주택자 규제와 1가구 1주택 혜택 등이 어우러진 복잡한 문제지만 결국 능력에 따른 과세 부담이라는 응능(應能) 원칙에 맞게 세제를 고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