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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감사하다" 재계약 실패로 떠났는데…1379일 만에 ML 승리 감격, 전직 LG맨 '반전의 비밀'

OSEN

2025.06.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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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디트로이트 디트릭 엔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디트로이트 디트릭 엔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지난해 KBO리그 LG 트윈스에서 던졌던 좌완 투수 디트릭 엔스(34·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메이저리그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1379일 만에 거둔 메이저리그 승리로 선발승은 데뷔 후 처음이었다. 

엔스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디트로이트의 8-0 완승을 이끌었다. 

올해 트리플A 톨레도 머드헨스에서 14경기(62⅓이닝) 2승2패 평균자책점 2.89 탈삼진 71개로 활약한 엔스는 리스 올슨이 오른손 약지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대체 선발로 4년 만에 메이저리그 등판 기회를 잡았다. 

1회 시작부터 삼자범퇴로 깔끔한 스타트. 3회 무사 1,2루 위기가 있었지만 제이콥 윌슨을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브렌트 루커를 3루 땅볼로 5-4-3 병살타 유도하며 실점 없이 넘어갔다. 4~5회 연속 삼자범퇴로 안정을 보인 엔스는 총 투구수 77개로 선발 임무를 마쳤다. 최고 94.5마일(152.1km), 평균 93.1마일(149.8km) 포심 패스트볼(37개) 중심으로 체인지업(23개), 커터(8개), 커브(7개), 싱커(2개)를 섞어 던지며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이었던 2021년 9월17일 디트로이트전 구원승 이후 1379일 만에 메이저리그 승리투수가 된 엔스는 ‘MLB네트워크’를 비롯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던질 수 있어 정말 기뻤고, 내 역할을 잘 해내 행복하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 2021년 탬파베이에서 메이저리그 2시즌 11경기(1선발·26⅓이닝) 2승2세이브 평균자책점 3.42 탈삼진 27개를 기록한 엔스는 2022년부터 아시아에서 3년의 시간을 보냈다. 2022~2023년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2년을 뛴 뒤 지난해 한국 LG에서 1년을 몸담았다. 지난해 30경기(167⅔이닝) 13승6패 평균자책점 4.19 탈삼진 157개를 기록했지만 1선발로 아쉬운 성적이었고, 재계약에 실패한 뒤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OSEN=최규한 기자] LG 시절 디트릭 엔스. 2024.10.19 / dreamer@osen.co.kr

[OSEN=최규한 기자] LG 시절 디트릭 엔스. 2024.10.19 / [email protected]


그는 “아시아에서 뛸 기회가 왔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매일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일본과 한국 모두 내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두 리그는 조금 다르긴 한데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아시아에선 (외국인 선수에게 거는) 기대치가 높고, 등판 차례가 오면 계속 던져야 했다. 여러 번 만난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알게 됐고, 아시아에 간 것이 나를 더 완성된 투수로 만들어줬다. 처음 아시아에 갈 때만 해도 두 가지 구종에만 의존했는데 이제는 더 많은 구종에 의존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에서 뛴 건 정말 좋은 기회였고,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한국과 일본의 음식 중 어디가 더 맛있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엔스는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초밥이라서 일본을 택하겠다. 일본에는 최고의 초밥이 있다. 작은 골목길에 있는 식당에서도 최고의 초밥을 먹을 수 있다. 고급 식당에 갈 필요가 없다”며 “한국 바비큐도 최고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새롭게 변화를 준 것도 있었다. 게이브 리바스 디트로이트 피칭 디렉터의 제안으로 요즘 유행 중인 ‘킥체인지업’을 장착한 게 통했다. 중지를 구부리고 던지는 킥체인지업은 팔을 몸의 바깥쪽 방향으로 돌리는 외회전 투수에게 적합한 구종인데 엔스에게 잘 어울렸다. 

[OSEN=박준형 기자] LG 시절 디트릭 엔스. 2024.10.09 / soul1014@osen.co.kr

[OSEN=박준형 기자] LG 시절 디트릭 엔스. 2024.10.09 / [email protected]


엔스는 “디트로이트는 처음부터 좋은 조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투수 육성 시스템이 정말 뛰어난 조직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투수를 개선시키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슬라이더의 그립과 릴리스에 메시한 변화를 주면서 엔스는 한층 다양성을 더했고, 34세의 꽤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데뷔 첫 선발승을 신고했다. 

이날 코메리카파크에는 20명이 넘는 엔스의 가족과 지인들도 관중석에서 승리를 지켜봤다. 일리노이주에서 온 가족들도 있었고, 디트로이트에 사는 대학 친구들도 일을 쉬고 구장을 찾았다. 엔스의 오랜 여정을 나타내듯 그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무리들은 센트럴 미시건 대학 폴로셔츠부터 일본 세이부 유니폼까지 다양하게 입고 있었다. 엔스는 “일본이나 한국보다는 훨씬 가까운 거리”라며 웃었다. 

A.J. 힌치 디트로이트 감독도 “엔스는 우리 투수 그룹과 정말 깊이 교류했다. 단순히 같은 것을 반복한 게 아니라 새롭게 시도한 결과”라며 “1000일 넘게 기다린 복귀전이라 흥분됐을 텐데 침착함을 유지하며 훌륭한 투구를 했다. 여기까지 그와 함께한 모든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불펜이든 선발이든 다시 마운드에 설 자격을 보여줬다”고 향후 활용 계획도 밝혔다. /[email protected]

[사진] 디트로이트 디트릭 엔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디트로이트 디트릭 엔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상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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