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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2세들에 과감히 투자해야 제2·제3의 '앤디 김' 나올 것"

연합뉴스

2025.06.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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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어바인 직선 시장 출신 강석희 고려대 국제재단 이사장 인터뷰 "한미, 75년간 피를 나눈 동맹…핵심은 신뢰 지키는 것"
"한인 2세들에 과감히 투자해야 제2·제3의 '앤디 김' 나올 것"
美 어바인 직선 시장 출신 강석희 고려대 국제재단 이사장 인터뷰
"한미, 75년간 피를 나눈 동맹…핵심은 신뢰 지키는 것"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이제는 한인 2세들에게 과감히 투자해야 할 시점입니다. 미국에 정착한 1세대들의 노력과 헌신을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차세대 리더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그들을 지원하는 것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그럴 때 제2, 제3의 앤디 김이 계속 나올 것입니다."
재미동포 1세대 중 미국에서 최초로 직선 시장을 지낸 강석희(72) 고려대 국제재단 이사장은 최근 모국 방문을 계기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첫 한국계 미연방 상원의원인 앤디 김 의원을 예로 들며 차세대 동포에 대한 적극적 투자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미국 동포사회 원로그룹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1977년 고려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전자제품 판매원으로 성공하며 아시아계 최초 매니저가 됐다. 1992년 LA 폭동을 겪으며 한인 사회의 정치적 영향력 부족을 절감한 뒤 이듬해부터 한인장학재단 이사로 활동하며 한인 사회에 헌신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미연합회 등을 통해 한인들의 미국 주류사회 진입을 도왔고, 2008년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 시장에 당선돼 재미동포 1세대 중 최초의 직선 미국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10년에는 역대 최고 득표율(64.1%)로 재선에도 성공했다.
어바인 시장 재임 시절에는 보수 성향의 백인 유권자들로부터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정치인은 자신을 내려놓고 국민만을 바라봐야 한다"며 매주 수요일 시민과 직접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고, 모든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정 활동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조 바이든 정부에서 아시아계 처음으로 2023년 1월부터 2년간 연방 총무조달청(GSA) 태평양, 북서부, 북극 지역 조달청장으로 임명돼 캘리포니아 등 8개 주를 관할하며 연방 건물 관리 및 물자 조달을 총괄했다.

특히 한국 조달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및 지역 중소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연방 총무조달청 사업 수주 정보를 제공하며 지역 중소기업의 연방 사업 참여도 적극 장려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부터는 고려대 국제재단 이사장을 맡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재외동포청의 역할 확대와 재외동포의 권익 증진 방안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강 이사장은 "재외동포청은 전 세계 700만 재외동포의 오랜 염원을 모아 탄생한 조직인 만큼 단순한 행정기구가 아니라 전 세계 한인사회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것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 지역의 헌신적인 한인 리더들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강 이사장의 한미동맹에 대한 시각은 확고하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지난 75년간 피를 나눈 동맹"이라며 정권 교체로 인해 대미 시각이 달라질 수 있지만, 핵심은 '신뢰'를 지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바탕으로 새 정부의 대미 외교 전략에 대한 조언도 내놓았다.
"양국 간의 정책적 이견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차이를 좁히고, 상생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미관계는 외교, 경제, 안보 전반에 걸쳐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200만명이 넘는 한인들은 단순한 이민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인적 자산이란 점에서 한국 정부가 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그는 미국 내 재외국민 투표제도의 문제점도 짚었다.
강 이사장은 "미국은 국토가 넓어 투표소까지 수백 ㎞를 이동해야 할 정도로 불편하다는 점에서 현행 제도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우편투표 등 다양한 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표제도 개선은 단지 권리를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 재외동포들의 국가 정체성과 소속감을 키우는 데 필수적인 장치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직접 경험한 미국 정치 시스템의 강점으로 '퍼블릭 코멘트 제도(public comment system)'를 첫손에 꼽았다.
"시민이 시의회에서 3분간 자유롭게 발언하고, 시장과 의원들은 반드시 이를 경청해야 하는 문화가 제도화돼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야말로 시민의 참여를 일상화하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쌓는 토대입니다."
그는 "오늘날 한국이 이룬 경제적 성취는 놀라운 수준"이라면서도 "시민 의식, 정치 문화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며 모국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경제적 하드웨어와 시민의식이라는 소프트웨어 간의 간극을 좁히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 "고려대 국제재단 이사장으로서 한국과 세계를 잇는 인재 양성과 교류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미주 한인사회와 모국 간 가교 역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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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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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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