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화이트삭스 3루수 조쉬 로하스가 4회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의 땅볼 타구를 처리하고 있다. /MLBTV 중계화면 캡처
[OSEN=이상학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7)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일시적인 슬럼프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6월 부진의 골이 깊다.
이정후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레이트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4타수 무안타로 돌아섰다. 땅볼 2개, 뜬공 2개로 타구의 질도 안 좋았다.
6월에만 9번째 선발 무안타 경기로 침묵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이 2할5푼2리에서 2할4푼8리(298타수 74안타)로 떨어졌다. 이정후의 타율이 2할5푼 밑으로 내려간 것은 개막 두 번째 경기를 소화한 지난 3월30일(.167) 이후 90일 만으로 사실상 시즌 처음이다. OPS도 .734에서 .724로 하락했다.
3~4월 30경기 타율 3할1푼9리(116타수 37안타) 3홈런 18타점 OPS .901로 화려하게 스타트를 끊은 이정후는 5월 27경기 타율 2할3푼1리(108타수 25안타) 3홈런 13타점 OPS .612로 주춤했다.
이때만 해도 슬럼프로 여겨졌다. 이정후를 집중 분석한 상대팀들의 대응법이 달라졌고, 이정후도 이에 적응하는 시간으로 보였다. 하지만 6월 22경기 타율 1할6푼2리(74타수 12안타) 무홈런 3타점 OPS .611로 바닥을 치고 있다. 볼넷 14개를 얻어 출루율은 3할을 찍고 있지만 1할대 타율에 홈런도 전무하다.
전형적인 풀히터로 잡아당기는 유형인 이정후는 올해 반대 방향으로 밀어친 타구가 23.4%로 규정타석 타자 160명 중 92위로 평균보다 낮다. 몸쪽 공을 워낙 잘 치는 타자라 상대 투수들도 바깥쪽 위주로 승부하며 이정후가 고전 중이다. 바깥쪽 볼을 골라내며 볼넷을 많이 얻어내고 있지만 좋은 타구를 생산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팀들도 이정후가 나오면 수비수들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옮긴다. 이날 화이트삭스전도 그랬다. 이정후는 4회 화이트삭스 선발 애런 시베일의 3구째 시속 88마일(141.6km) 커터에 어정쩡한 체크 스윙을 하다 3루 땅볼로 물러났는데 3루수 조쉬 로하스가 3유간 잔디 위에 서서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다. 선두타자로 나와 누상에 주자가 없었고, 번트를 댈 상황도 아니었다.
6회에도 화이트삭스는 이정후가 나오자 이 같은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다. 3루수 로하스가 3루를 비워놓았다. 밀어치기로 강한 타구가 잘 나오지 않으니 이정후도 계속 시프트에 막히는 모습. 3루수가 전진 수비를 하고 있으니 기습 번트를 대기도 쉽지 않다. 한마디로 약점을 공략당하고 있는 것이다.
6회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타석 때 화이트삭스 수비 시프트. /MLBTV 중계화면 캡처
샌프란시스코를 전담하는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중계진도 이정후를 걱정했다. 6회 중견수 뜬공 때 캐스터 데이브 플레밍은 “이정후가 오늘 샌프란시스코 타자 중 유일하게 출루하지 못했다.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통산 244홈런을 기록한 외야수 출신 해설가 헌터 펜스는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조정 과정의 일부다. 누구나 어려운 어려운 시기를 겪는데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지금은 잘 안 되지만 언젠가 잘 될 것이다”고 격려성 코멘트를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타순을 3번에서 5번, 그리고 6~7번까지 낮추며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6~7번 타순에서 더 내려갈 순 없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부진 속에서 이정후가 어떤 해법을 찾을지 궁금하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