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33)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는 차갑고 무정하다.
영국 '풋볼 런던'은 27일(한국시간) "손흥민 이적 딜레마-토트넘은 주장을 남겨야 할까? 아니면 매각해야 할까?"라고 특집 기사를 전했다. 충격적인 것은 현지 팬들의 여론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손흥민이 팀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7골 13도움을 기록했다. 기록만 보면 준수하지만, 토트넘 출신의 해설자 제이미 오하라는 “기록만으론 부족하다. 리더십도 흔들리고, 영향력도 줄었다”며 시즌 내내 손흥민을 향한 비판을 이어왔다. 시즌 초엔 “이제 우리가 알던 손흥민은 끝났다”고까지 말했던 오하라다.
이제는 비교까지 들고 나왔다. 오하라는 “과거 긱스가 그랬듯, 손흥민도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긱스는 윙어에서 미드필더로 변신해 성공적인 커리어 후반을 보냈다. 손흥민에게도 같은 전환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 것이다.
실제로 토트넘은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24-2025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선수들의 반란 위기에 처했다. 유로파리그 우승 16일 만에 호주 출신 감독 포스테코글루가 잔혹하게 해고되자 토트넘 선수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라고 단독 보도했다.
매체는 "포스테코글루 경질은 많은 토트넘 선수들의 분노를 샀다. 일부 선수들은 팀을 떠나고 싶어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차기 사령탑은 무너진 라커룸을 수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손흥민은 일부 팀 동료와 코칭 스태프에게 올여름 토트넘을 떠날 수도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사우디가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손흥민은 다가오는 2025-2026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 계약이 만료된다. 토트넘은 그에게 재계약을 제안하는 대신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그는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전설로 토트넘을 떠나고 싶다고 밝혔던 만큼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래 토트넘이 방한 투어 이후에 손흥민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실제로 토트넘은 지난 몇 년간 손흥민 마케팅으로 한국에서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2022년, 2023년 방한 때마다 전석 매진, 광고 수익, 중계권료까지 ‘손흥민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케인과 손흥민의 투샷, 김민재와의 맞대결은 흥행 보증수표였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손흥민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복수 구단이 영입을 원하고 있으며, 토트넘은 1억 파운드(약 1851억 원)라는 가격표를 붙였다. 문제는 이적 타이밍이다. 만약 8월 3일 이전에 손흥민이 사우디로 향한다면, 경기를 보기 위해 티켓을 산 수많은 팬들은 그야말로 ‘손해’만 본다.
일부 매체에서는 토트넘이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손흥민을 빠르게 매각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누구나 알듯 손흥민이 최근 4년 동안 3번이나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손흥민의 존재. 더 큰 문제는 토트넘이 이런 상황을 알고도 손흥민을 앞세워 한국 팬들의 지갑을 또 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새로 부임한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의 이름을 인터뷰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분위기를 확실히 만들고 있다. 주장 손흥민은 새 유니폼 소개 영상에서도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 70초가 넘는 영상에서 1초 남짓 등장한 게 전부였다. 손흥민이 더 이상 팀의 ‘얼굴’이 아니라는 신호다.
지만 이제는 ‘팔 수 있을 때 팔자’는 분위기가 구단 안팎에서 노골적으로 번지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결과과 사뭇 충격적이면서 상징적이다. 응답자의 57%가 손흥민의 이적에 찬성했고, 22%는 조건부 찬성이었다. ‘잔류 절대 지지’는 21%에 그쳤다.
토트넘 내부 사정도 다르지 않다. 새 감독 토마스 프랭크는 손흥민을 다음 시즌 주전 계획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실제로 주축 선수 리스트에서도 그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손흥민이 팀의 전술 중심축이 아니라, 상업용 이미지로만 남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마케팅 가치만큼은 철저히 이용할 예정이다. 8월 서울에서 열릴 프리시즌 친선전과 아시아 투어에서 손흥민은 ‘대표 얼굴’로 활용된다. 이미 각종 이벤트와 콘텐츠에 그의 참여가 전제로 기획됐고, 구단은 이 일정을 완수한 후에야 이적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이 더 이상 팀의 미래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수익 창출 도구로는 마지막까지 쓰이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냉정한 처사가 손흥민 개인에 대한 예우는 물론, 팬들과의 신뢰에도 금을 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팬들은 ‘토트넘의 심장’이라 불린 그에게 더 나은 작별을 원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났다”, “사우디가 적절한 종착지”라는 식의 언론 플레이는, 누구보다 팀에 충성해온 레전드에 대한 기본적 존중조차 결여돼 있다는 반증이다.
과연 손흥민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떠나더라도 아름다운 작별이어야 했고, 남더라도 기꺼이 존중받아야 할 존재다. 하지만 지금의 토트넘은 손흥민을 더 이상 선수로도, 인간으로도 존중하지 않고 있다. 단지 ‘팔 수 있을 때 파는 자산’일 뿐이다. 그리고 그 차가운 계산 뒤에 남는 것은 토트넘이 왜 빅클럽이 아닌지를 보여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