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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트럼프 독설'의 불편함과 기자의 숙명

연합뉴스

2025.06.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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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트럼프 독설'의 불편함과 기자의 숙명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거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에게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기자회견이나 행사 연설 등에서뿐 아니라 상대가 바로 앞에 있을 때도 거침없이 거친 언사를 쏟아낸다.
언론 매체이건, 특정 국가이건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도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두 번째 질문자를 선정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자가 CNN 소속이란 걸 알아채자 "오, 가짜뉴스(fake news) CNN"이라고 꼬집어 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그러면서 "당신은 우리 군인들과 전사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군의 이란 타격이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미 국방 정보당국의 초기 보고서를 CNN이 입수해 보도한 것에 불만이 가득 담긴 말이었다.
CNN 기자는 "모든 사람이 우리 군인과 전사들에게 감사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노련하게 대응하며 질문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서 질문을 한 일부 기자들은 트럼프의 반응에 어쩌면 강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스페인 기자가 "스페인에 관해 묻겠다"라며 질의를 하려 하자 곧바로 "오, 나는 스페인이 한 일은 끔찍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끊어버렸다.
스페인이 나토 회원국이 예전에 약속했던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를 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인데, 질의를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답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답변 도중에 "스페인 출신이냐"고 물은 뒤 해당 기자가 "그렇다"고 답하자 "잘됐다. 축하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신네는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 "어느 정도 무임승차를 원한다" 등으로 계속 쏘아붙였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잔뜩 무안을 주는 태도는 기자회견뿐 아니라 대화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트럼프만의 전략이다.
그의 특유의 성격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재벌 반열에 오른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 리얼리티 TV쇼 진행자, 이미 4년간 미국 대통령을 해본 정치인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렇게 하는 게 나름 최선의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미국 앞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굴복하는 게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공개적 모욕주기를 서슴지 않는 태도는 지켜보는 입장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보유한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이 내놓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기삿거리가 되는 걸 어쩌겠나.
이번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이 끝날 때마다 기자들은 일제히 손을 들고 때론 고함을 질러가며 그에게 하나라도 더 물어보려 시도했다.

이런 풍경은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정기 브리핑 때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
대체로 미 동부시간 목요일 낮 1시 브리핑이 열릴 때면 백악관 프레스룸인 '제임스 S. 브래디 룸'에서는 기자 좌석 옆 복도까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얻으려 일제히 손을 드는 장면이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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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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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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