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창원, 이후광 기자] 두산 베어스 루키 박준순이 데뷔 첫 홈런공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email protected]
[OSEN=창원, 이후광 기자] “실책에도 다음 타석 초구를 쳐서 첫 홈런을 치다니, 역시 슈퍼루키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신인 내야수 박준순은 지난 2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 8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박준순은 3안타쇼를 펼치기 전 실책을 범하며 우울하게 경기를 출발했다. 1-0으로 리드한 1회말 무사 1, 2루 위기에서 박민우의 번트 타구를 잡은 투수 곽빈이 3루를 택했는데 박준순이 급하게 3루 베이스 커버에 나서다가 포구에 실패했다. 곽빈은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맷 데이비슨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은 뒤 김휘집을 만나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실책이 3실점으로 이어지며 위축될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박준순의 멘털은 강했다. 2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찾아온 첫 타석에서 NC 선발 신민혁의 초구 118km 체인지업을 제대로 받아쳐 비거리 115m 추격의 좌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1군 데뷔 후 28경기 만에 나온 감격의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28일 창원에서 만난 조성환 감독대행은 박준순의 강심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 대행은 “(박)준순이가 선배 곽빈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실수가 나와서 핀치에 몰린 상황이 아니었나. 그런데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첫 타석에 홈런을 쳤다.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거기서 의기소침했다면 소극적으로 대응했을 텐데 초구에 딱 홈런 치는 걸 보고 역시 슈퍼루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든 본인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야구다. 우리는 매일 경기를 하니까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만회가 가능하다. 그래서 항상 선수들에게 끝내기 기회는 마지막 타석에서 찾아온다는 말을 해준다. 첫 타석, 두 번째에서 못 쳤다고 땅굴을 파서 스스로 들어가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타석은 마지막에 올 수도 있다”라는 야구 철학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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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브리핑을 마치고 박준순을 직접 만나 첫 홈런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준순은 “1회부터 실책을 해서 (곽)빈이 형한테 미안했다. 빈이 형이 마운드 내려오면서 장난으로 홈런을 치면 된다고 했는데 진짜 쳐서 조금이나마 만회를 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그래도 첫 홈런 순간은 짜릿했다. 박준순은 “내가 예상한 거보다 첫 홈런이 빨리 나왔다. 올해는 아예 못 칠 줄 알았다”라고 웃으며 “어제(27일) 타구도 권희동 선배님이 앞으로 나오시길래 넘어갈 줄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홈런이 돼서 놀랐다”라고 신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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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책 후 첫 타석이라 위축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타격할 때는 최대한 수비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수비와 타격은 별개가 아닌가. 나한테 주어진 타석에 집중하려고 했다”라고 성숙하게 대답했다.
두산은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투수가 아닌 야수 박준순을 1라운드에서 지명, 2009년 2차 1라운드 7순위 허경민 이후 16년 만에 1라운드에서 내야수를 품었다. 1차지명까지 포함하면 2021년 1차지명 안재석 이후 5년 만에 내야수를 가장 먼저 뽑았다. 박준순은 작년 10월 계약금 2억6000만 원에 두산과 프로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박준순은 초반 시행착오를 거쳐 29경기 타율 2할5푼 1홈런 3타점 6득점 3도루로 착실히 경험을 쌓고 있다.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알찬 6월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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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순은 “시즌 초반 중계를 볼 때 동기들이 잘하는 걸 보고 부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나도 조금은 내 자리를 찾은 거 같다. 경기 나와서 이렇게 내 야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라며 “실력도 조금씩 느는 게 느껴진다. 이제 조금씩 타구가 중심에 맞고, 좋은 타구들도 많이 나온다. 적응하면 못 칠 공은 아닌 거 같다”라고 뿌듯해했다.
입단 당시 세웠던 신인왕 수상 목표도 여전히 유효할까. 박준순은 “안현민(KT 위즈), 송승기(LG 트윈스) 등 형들이 너무 잘해서 그건 조금 어려울 거 같다”라고 웃으며 “그냥 부상 없이 전반기를 잘 마무리하고 계속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내게 온 기회를 잘 살리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