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영접 잡힌 154km의 강속구, 그것도 좌완 투수가 뿌리게 된다면 이보다 설레는 일이 될 수 없다. 한두 번이 아니라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다면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홍민기(24)는 서서히 확신을 갖게끔 하는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홍민기는 28일 사직 KT전 0-2로 뒤진 6회 1사 만루에서 등판해 1⅔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27~28일, 이틀 내내 뜨거웠던 KT 타선을 상대로 힘으로 압도했다.
선발 나균안이 6회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좌타자 김민혁을 맞이해서 홍민기가 마운드에 올랐다. 홍민기는 152km의 포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으로 꽂아넣었다. 높은 코스로 공을 던져서 헛스윙 및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려고 했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7구째 152km 하이패스트볼로 유격수 방면 땅볼을 유도했다.
하지만 타구는 외야로 빠져나가 2타점 적시타가 됐다. 사실상 이날 경기 쐐기점이었다. 기록은 안타였지만 과정은 아쉬움이 크다. 병살타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유격수 전민재의 타구 판단이 아쉬웠다. 큰 바운드 타구에 대시를 하다가 다시 뒤로 물러섰고 몸을 날렸지만 타구는 이미 지나간 뒤였다. 바운드 판단 실수로 안타가 됐다.만약 이 타구가 병살타로 연결됐으면 이닝이 끝났고 롯데는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었다. 홍민기도 더더욱 탄력을 받고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수비가 도와주지 못했지만 홍민기는 이어진 1사 1,2루에서 올해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 안현민과 마주했다. 타율 3할4푼1리(182타수 62안타) 13홈런 46타점 OPS 1.074를 기록 중인 괴력의 타자.
안현민을 상대로 홍민기는 초구 바깥쪽 153km 패스트볼을 ��아 넣었다. 2구째도 154km 하이패스트볼을 던져 파울을 유도했다. 2스트라이크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안현민도 밀리지 않고 홍민기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연거푸 커트해내며 승부를 길게 끌고 갔다. 하지만 인프레이 타구를 만들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8구째 150km 하이패스트볼을 던져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홍민기는 이날 최대의 고비를 넘겼다. 2사 1,2루에서 장성우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2사 만루 위기가 다시 만들어졌다. 허경민에게도 볼 2개를 던져 6개 연속 볼을 던졌다. 그러나 151km 패스트볼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냈고 다시 페이스를 찾았다.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꽂아도 배트 중심에 타구를 맞히지 못했다. 결국 7구째 낮은 코스의 152km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 추가 실점 없이 위기를 극복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홍민기는 선두타자 배정대에게 패스트볼-슬라이더-슬라이더 조합으로 3구 헛스윙 삼진을 만들어냈다. 장진혁을 상대로는 2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선점한 뒤 제구가 흔들려 풀카운트까지 갔다. 하지만 몸쪽 147km 하이패스트볼에 헛스윙 하며 삼진을 솎아냈다. 2사 후 만난 오윤석을 상대로는 131km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5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 처리하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27일 경기에 이어 연투를 펼쳤지만 안정적이었다. 괴력의 신인왕 후보 안현민까지 힘으로 압도했다. 최고 구속은 154km까지 나왔다. 한 번씩 제구가 흩날릴 때도 있었지만 좌완 투수가 던지는 영점 잡힌 150km 초중반대의 패스트볼은 최고의 무기였다.
아직 확실한 스텝업을 논할 정도의 표본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9이닝 당 탈삼진은 13.11개에 달한다. 우려했던 제구력도 문제 삼을 수준은 아직 아니다. 9이닝 당 3.09개의 볼넷. 일단 힘으로 삼진을 잡아낼 수 있기에 인플레이 타구의 확률이 적다. 변수를 통제하는 능력으로 1군 투수 로스터 한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홍민기를 둘러싼 의심도 점점 확신으로 바꿔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