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포수 돌튼 러싱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올 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러싱은 18경기에서 52타수 11안타 타율 2할1푼2리 1홈런 9타점 9득점을 기록 중이다. 성적표만 보면 아직은 미완의 대기지만 로버츠 감독은 러싱에게서 메이저리그를 대표할 '차세대 스타 포수'의 기질을 확실히 봤다.
2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 소식을 전하는 ‘다저스네이션’에 따르면 로버츠 감독은 “러싱은 타석에서 매우 자신감 있는 선수”라며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히 읽고 자신의 스윙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스스로가 언제나 최고의 선택지라 믿는 태도를 가졌다. 이건 진짜 슈퍼스타에게서만 볼 수 있는 마인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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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러싱은 아직 성적만 놓고 보면 평범하지만 최근 5경기 타율 3할3푼3리(15타수 5안타) OPS 0.917로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단순 수치보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스윙 밸런스, 선구안, 그리고 상대 투수에 대한 대응 능력이 경기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2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로버츠 감독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진짜 스타는 성적이 안 나올 때에도 자기 흐름을 유지할 줄 안다. 러싱이 바로 그런 타입”이라고 강조했다.
러싱의 가치는 공격보다는 수비와 리드 능력에서 더욱 돋보인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지난 26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선발로 나서 5이닝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7승째를 거뒀다. 러싱과 호흡을 맞춘 그는 “내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리드해줬다. 오늘 결과는 전적으로 그의 리드 덕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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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감독은 “슈퍼스타는 단순히 실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강한 정신력, 이기고자 하는 본능, 팀을 끌고 갈 수 있는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러싱은 이런 면에서 이미 슈퍼스타의 기본기를 갖춘 선수”라고 힘줘 말했다.
다저스는 윌 스미스라는 리그 최정상급 주전 포수가 있지만, 백업 포수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러싱은 단순한 2번 옵션이 아닌, 차세대 주전 포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다양한 변화구, 경기 중 수많은 상황 판단, 포수로서 게임 플랜까지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더 발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확신에 차 있다. “러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것이다. 다저스 포수 계보의 중요한 이름으로 남을 선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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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혜성에겐 ‘좋은 선수’는커녕 꾸준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김혜성은 81타수 31안타 타율 3할8푼3리 2홈런 12타점 16득점 7도루 OPS 0.968의 호성적에도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 로버츠 감독의 지독한 플래툰 시스템 적용으로 선발 출장보다 대타, 대주자, 대수비로 나서는 경우가 더 많다. 다저스에 새 바람을 불러온 유틸리티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스타 예고’는커녕 플래툰이라는 낙인만 안고 뛰고 있다.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는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닐 수 있다. 감독의 말 한마디가 기회가 되고, 기회가 성장이 되며, 결국 그 선수의 커리어 방향을 결정짓는다.
러싱은 지금 ‘스타가 될 예정’이고, 김혜성은 여전히 ‘입증 중’이다. 성적이 아닌, ‘사랑받는 재능’이 더 중요한 것일까. 슈퍼스타로 가는 길은 실력만으로 되지 않는다지만 기회는 평등해야 하지 않을까.
다저스라는 거대한 별들 속에서, 한쪽에선 칭찬이 쏟아지고, 다른 한쪽에선 침묵이 흐른다. 그 온도 차이가 뼈아픈 지금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