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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친 클럽월드컵, 한 경기 4시간38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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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9 08:01 2025.06.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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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와 벤피카의 클럽월드컵 16강전에서 뇌우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자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빠져나오고 있다. 이 대회에서 악천후로 인한 경기 중단은 여섯 번째다. [AP=연합뉴스]
“이건 축구가 아니다.” 첼시(잉글랜드)의 엔조 마레스카(45·이탈리아) 감독은 29일(한국시간)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확정했는데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첼시는 이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벤피카(포르투갈)에 1-0으로 앞서갔다. 정규시간 종료 4분을 남긴 후반 41분, 경기장 인근에 뇌우 경보가 발령되면서 축구경기는 중단됐다. 양 팀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철수했고, 2만5929명의 관중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미국에서는 야외 스포츠 경기 도중 8마일(12.9㎞) 내에서 번개가 치면 경기를 30분간 중단한다. 그 사이에 낙뢰가 계속 확인되면 3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경기는 약 2시간 만에 재개됐는데, 쉬면서 컨디션을 되찾은 벤피카의 앙헬 디 마리아(37)가 후반 추가시간 5분에 페널티킥 동점골을 터트렸다. 결국 경기를 연장에 돌입했고 첼시는 연장전에 3골을 추가해 4-1로 이겼다. 오후 4시에 킥오프한 축구경기가 4시간 38분이나 걸려 오후 8시 38분에야 끝났다.

마레스카 감독은 “우리는 85분간 경기를 지배했지만, (2시간) 휴식 후에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템포는 깨졌고, 같은 경기가 아니었다”며 “이곳(미국)은 축구 대회를 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분개했다.

이번 대회에서 악천후 경기 중단은 이날 경기가 여섯 번째다. 샬럿은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개최하는 내년 북중미월드컵 개최도시 16곳 중 하나다. 16곳 중 지붕이 있는 경기장은 5곳뿐이다. “월드컵 때 낙뢰 발생 시 시간제한을 도입하거나, 경기장 지붕을 추가 건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럽월드컵이 유럽 프로축구 휴식기에 맞춰 빡빡한 일정으로 열리는 데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FIFA는 올해부터 참가팀을 32개로, 대회 기간도 한 달로 늘렸다.

리버풀(잉글랜드) 감독을 지낸 위르겐 클롭(58·레드불 풋볼그룹 글로벌 축구총괄)은 이날 독일 매체 인터뷰에서 “클럽월드컵은 축구 역사상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FIFA를 직격했다. 이어 “축구와 무관한 이들이 (클럽월드컵 같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코파아메리카와 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올해는 클럽월드컵이, 내년에는 월드컵이 열린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은 시즌 후 4개월간 쉬지만, 버질 판데이크(리버풀 수비수)는 그러지 못한다. 선수의 휴식을 보장하지 않으면 축구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질타했다.

대회는 흥행 면에서도 실패다. AP 통신에 따르면, 조별리그 48경기의 빈 좌석은 100만석에 달했다. 전체 수용인원의 절반 정도(56.7%)만 채웠다. 울산 HD(한국)와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전은 이번 대회 최소 관중(3412명)을 기록했다.

한편, 브라질 클럽끼리 맞붙은 또 다른 16강전에서는 SE 파우메이라스가 보타포구를 1-0으로 꺾었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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