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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人無遠慮 必有近憂(인무원려 필유근우)

중앙일보

2025.06.29 08:06 2025.06.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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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밟는 땅만 있다고 해서 길을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내다볼 땅이 없이는 먼 길을 갈 수 없다. 걷고 걸어서 천 리를 간들 멀리 내다보는 바른 목표가 없다면 무슨 소용! 허탈과 함께 벽에 부딪히거나 함정에 빠지는 근심만 얻을 뿐이다. 그래서 공자는 “사람이 먼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근심이 가까이에 자리하게 된다”고 했다.

‘먼 생각’이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유추하는 사고능력이다. 유추에는 자(尺)가 필요하다. 어떤 잣대로 미래를 내다보느냐에 따라 맞이하는 미래가 판이하다. 욕심껏 잔머리를 굴렸음에도 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그저 평상대로 살았는데 복된 날을 맞는 사람도 있다. ‘천리(天理)’ ‘순리(順理)’라고도 말하는 ‘자연’을 자로 삼아 미래를 유추하면 함정에 빠지거나 덫에 걸리는 근심 대신 평화와 안녕을 맞지만, 자연을 거스르는 ‘역리(逆理)’의 자로 미래를 설계하면 필경 ‘폭망’의 근심을 맞게 된다.
遠:멀 원, 慮:생각 려, 近:가까울 근, 憂:근심 우. 사람이 먼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근심이 가까이에 자리하게 된다. 32x68㎝.

인류는 그동안 역리를 너무 많이 자행했다. 지구와의 관계도, 사람 사이의 관계도 순리 즉 자연을 자로 삼아 멀리 내다봐야 할 때이다. “인무원려, 필유근우”는 자연을 거스르는 모든 행위에 대한 경고이다. 국민이 나서서 역리를 깨부순 덕에 들어선 새 정부가 명심해야 할 말이기도 하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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