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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루의 마켓 나우] 핵시설 공습 후 아시아의 물가·성장 난제

중앙일보

2025.06.29 08:10 2025.06.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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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자, 시장은 유가 전망에 보다 지속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물리적 공급 차질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 전제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음을 경계한다.

저확률이지만 충격이 큰 ‘꼬리위험(tail-risk)’ 시나리오로는 호르무즈 해협의 부분 봉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군사적 억지력은 장기 봉쇄를 방지하는 방패가 될 수 있지만, 일시적인 차질만으로도 유가는 쉽게 출렁일 수 있다. 운송 경로의 불확실성, 이란산 원유 수출 감소, 공급 흐름의 제약 등은 단기적 반등이 아닌 구조적인 불안 요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국가별로 상이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국가별 정책 대응도 일률적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악화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공급자 측 요인에서 비롯된 이번 물가 상승에 대해 강경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통화정책의 대응 여력이 구조적 제약을 상쇄하기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물가 측면의 노출도는 절대 작지 않다. 아시아에서 식료품과 에너지가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가에 따라 10%에서 45%에 이른다. 두 항목의 가격이 10%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은 약 1.0~4.5%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 음식 서비스나 교통 등 관련 항목까지 포함하면 물가 영향 범위는 최대 60%에 달하며, 필리핀·인도·태국 등은 특히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말레이시아와 같이 원자재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순수출국은 가격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한국과 대만처럼 주요 수입국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2년 중반 원자재 가격 급등기에는 한국과 필리핀 등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무역수지 단일 지표만으로 전체 충격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대만·일본 등은 수입 원자재를 가공해 재수출하는 공급망 상류에 위치해 있어, 교역조건 악화의 일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완충 작용은 표면 수치를 넘어선 분석을 요구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도와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소득 수준이 낮고 대외 개방도가 높은 나라가 장기적인 원자재 고점 국면에서 성장과 물가 안정 사이의 균형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재정 여력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 정부는 위기 대응 능력과 정책 수단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의 초기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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