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게 있다. 식사 때 중국 관리는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역대 가장 엄하다고 할 금주령(禁酒令)이 떨어졌다는 설명이 따른다. 양회(兩會, 전인대와 정협 회의)가 끝난 지난 봄부터 문제가 터졌다. 3월 22일 허난성 관리 10명이 함께 밥을 먹었다. 이 중 5명이 백주(白酒) 4병을 마셨는데 한 사람이 그날 오후 숨지고 말았다.
4월 5일엔 후베이성 황메이현의 통전부 부장이 식사 자리에서의 과음으로 사망했고, 4월 27일에는 안후이성의 한 관리가 역시 여러 동료와 어울려 크게 먹고 마시다 이튿날 새벽 숨졌다. 이처럼 중국 곳곳에서 관리들의 음주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중국 국무원은 5월 ‘낭비에 반대하는 조례’를 발표했다. 핵심은 식사 자리에 술과 담배를 올리는 걸 금지하는 금주령이다.
공무원 기강 잡기인데 흉흉한 민심을 눈치 본 측면이 크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관리들이 먹고 마시다 목숨까지 잃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난감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쓰촨성의 한 회사가 채용 내용을 알린 게 중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3명의 계량기 수리공을 뽑았는데 이들의 학력이 놀라웠다. 24세 젊은이는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석사 출신이었다.
41세 채용자는 베이징대에서 국제경제무역학과를 나왔고 39세는 쓰촨사범대학에서 예술디자인을 전공했다. 이는 현재 중국에서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올여름 대학 문을 나설 중국의 청년이 지난해보다 43만 명 많은 1222만 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한 500만 명을 더하면 1700만 개 넘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자 취업 사기가 판을 친다. 나름대로 이름 있는 기업에 인턴으로 일하게 해준다며 수만 위안을 사례로 요구하는 업체들이 등장한 것이다. 중국 회사들이 젊으면서도 경력 있는 인재를 요구하다 보니 인턴 수요가 많아진 것인데 문제는 사례비만 챙기고 튀는 사기 업체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올해 졸업생 또한 절반가량은 제때 취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한데 중국 걱정만 할 일은 아닌 듯하다. 우리도 청년층 50만 명이 그냥 쉬고 있다고 하지 않나. 7월부터 민생 지원을 위해 풀리는 13조원 넘는 소비 쿠폰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 많은 돈을 청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