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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조의 혁신의 우주경제] “4조원짜리 KPS, 10년 뒤 완성하면 구식으로 전락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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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9 08:24 2025.06.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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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GPS 테스트’라는 흥미로운 스마트폰 앱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마치 공기처럼 쓰고 있는 미국 GPS(위성항법장치)의 신호 수신 상태와 신호 강도, 기기의 현재 위치 정확도 등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한데, 이름과 달리 GPS 신호만이 아니라 현 위치에서 수신 가능한 여러 위성항법시스템(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들도 보여준다. 사진②는 강남역 근처 대로변에서의 GNSS 항법위성들의 현황을 보여 주고 있다. 보이는 위성이 80여기, 사용가능 위성이 50기 전후 나타나며, 위치 정확도는 3.6m로 나왔다. GPS 하나만 선택해 10기 정도의 위성만 사용해도 정확도에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한국은 현재 4조원을 들여 정지궤도 3기, 경사궤도 5기를 운용하는 한국형 항법체계(KPS)를 2035년 목표로 개발 중인데, 이런 식으로 가용 위성 수를 증가시켜도 정확도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고도 2만㎞ 중궤도 GPS로는
자율비행 등 미래 수요 못 감당
고정밀 저궤도 시대 곧 다가와
KPS는 10년 전 중국 시스템 유사

미·러·중이 선점한 위성항법시스템
인공지능(AI) 그림 생성기 ‘달리(DALL·E)’를 이용해 그린 GPS(위성항법시스템)의 이미지. [사진 CMG, 중앙포토]
지구 전역에서 기기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GNSS로는 미국의 GPS 외에도 러시아의 글로나스, 유럽의 갈릴레오, 그리고 중국의 베이더우 등 총 4개의 시스템이 있다. 원조인 GPS는 미 국방부가 군용 목적으로 개발한 중궤도 위성 24기로 이루어진 위성체계로, 고도 2만㎞를 돌고 있다. 1978년 처음 발사했고 현재 예비 위성을 포함해 31기 정도의 위성이 운용되고 있다. 미국 GPS 신호는 전 세계적으로 40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보다 약간 늦게 개발을 시작한 러시아의 글로나스는 GPS보다 약간 낮은 궤도에 올라가 있다. 한때 24기의 군집이 허물어졌었으나 현재에는 완전체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의 베이더우는 2000년 첫 발사를 통해 중국 지역용 항법위성 체계인 베이더우-1로 시작했다. 그 후 빠르게 개발이 진행돼 2012년에는 KPS와 유사한 성격인 정지궤도 5기, 경사궤도 5기, 중궤도 4기의 위성으로 구성된 지역 항법체계로 베이더우-2를 완성했다. 2020년에는 전 지구를 커버하는 베이더우-3의 군집을 완성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운용에 나서고 있다. 유럽의 갈릴레오는 2만3000㎞ 고도로 GPS보다 약간 높이 올라가 있다. 군집완성이 이런저런 사유로 지연되다가 현재는 28기의 위성이 운용되고 있다.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해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최소 4개의 위성이 필요하다. 3축 방향의 위치와 시간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항법신호가 수신기에서 처리될 때까지 오차가 생기는 많은 요인이 있다. 고급 수신기들은 여러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오차를 제거하고 있다. 그러나 오차 감축을 위해 수신 위성 수를 늘려도 정확도 향상에는 한도가 있다. 그래서 특별한 보정 시스템을 설치해 정확도를 향상하기도 한다. 정확한 위치를 이미 아는 고정된 기준국에서 GNSS 오차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사용자에게 보정 정보를 전송해주는 방식이다. 오차를 1m 이내로 줄일 수 있는 DGNSS(위성항법 보정시스템·Differential GNSS)와 위성 신호의 ‘위상(Phase)’까지 비교해 오차를 보정하는 RTK(실시간 정밀측위·Real-Time Kinematic) 방법도 있는데 오차를 몇 ㎝ 수준까지 줄일 수 있어 측량·자율주행 등에 필수적인 기술로 사용된다.

저궤도 위치항법시스템의 시대
스마트폰에 잡히는 상공의 항법위성들과 신호 강도 그리고 위치 정확도. [사진 CMG, 중앙포토]
그러나 2만㎞ 상공에서 보내는 항법신호에 의존하는 기존의 GNSS는 전파 강도가 거리 제곱에 반비례해 약해지기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위치항법시스템(PNT)의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중국·일본·유럽 등에서 항법위성 궤도를 저궤도 수준까지 낮춰 신호 강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저궤도 PNT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소나스페이스·트러스트포인트와 같은 스타트업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고, 중국의 항천과기그룹(CASC)도 고정밀 위치정보 제공을 위해 저궤도 PNT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리자동차 그룹은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센티미터급 고정밀 항법 솔루션을 위해 이미 20기의 저궤도 항법위성을 올려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도 저궤도 PNT 위성체계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베이더우(北斗) 항법 시스템은 전 세계 200여 국가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CMG, 중앙포토]
우리도 미래지향적인 독자항법체계로 저궤도 PNT 관련 연구를 속히 시작해야 한다. 전장 상황에서 우리 군이 참호 속에서도 온전한 항법신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로보택시·자율비행 등을 위해 실내 항법이 가능한 시스템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개발 중인 KPS는 10여 년 전 중국이 운용하던 구식 시스템과 유사하다. 전 세계가 항법위성 궤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오히려 3만6000㎞까지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은 미래지향적이지 못하고, 우리 군이나 산업계의 수요를 적절히 감당하지 못한다고 본다. 2035년쯤이면 저궤도 PNT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위성궤도가 크게 낮아지면 항법탑재 장비들도 대부분 국산화가 가능해지고 다량생산으로 위성 제작단가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조만간 고정밀 항법 정보의 유료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판단되며 사업의 경제성도 생길 것이다. 지리자동차가 왜 항법 위성을 궤도에 올리겠는가를 생각해 보자. 우리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로봇자동차가 자체 항법수신기를 달고 자체 고정밀 항법 체계로 전 세계를 누비는 세월을 꿈꿔 본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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