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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의 시시각각] 뛰는 집값 '찔끔 땜질'로는 못잡는다

중앙일보

2025.06.29 08:28 2025.06.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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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논설위원
부동산 정책은 어렵다. 시장은 민감하다. 몽둥이로 때려잡으려다 부메랑을 맞기 쉽다. 핵폭탄 뇌관을 대하듯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역대 정부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특히 최근 20년의 통계와 경험칙을 보면 진보좌파 정부가 집권할 때마다 집값이 폭등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는 예외일까.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을 백안시하고 공급보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에 집착했다. 결국 집값이 폭등하면서 민심이 멀어져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서민은 물론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좌절시켰다.
2003년 2월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문재인 전 대통령.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에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김의겸·장하성 등 권력 실세들의 부동산 재테크 노하우에 민심이 들끓었다. 심지어 조직적인 부동산 통계 조작 혐의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김수현·김상조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장표 경제수석, 강신욱 통계청장 등 전·현직 고위 공직자 11명이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아직 새 정부 출범 첫 달인데 온통 부동산 얘기다. 최근 코스피가 3년9개월 만에 3100선을 돌파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 2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43% 올라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9개월 만에 최대치다.
서울 집값 폭등에 민심 부글부글
김수현·김현미 시행착오 피하고
금융·세제·공급 복합처방 내놓길
사실 6·3 조기 대선을 전후해 집값이 매서운 기세로 올랐지만, 정권 교체기에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7일 금융위원회가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일률적으로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전격적인 대출 조이기 정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투기 수요를 응징하자는 목소리가 작지 않지만, 이제 현금 부자 아니면 청년과 중산층은 대출받아 집 사기가 불가능해졌다는 불만도 만만찮다. 강남 3구와 용산에 이어 서울 전역에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새 정부 고위 공직자 등용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겹치면서 시중 여론은 더 싸늘하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에 파견 중이던 2003년 5월 배우자가 서울 한남뉴타운 구역 지정 몇 개월 전에 재개발 예정지 도로 용지를 매입했고, 이를 되팔아 10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봤다고 한다. 조 후보자는 "횡재했다고 생각했지만, 악의성 투기를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부정적이다.
2020년 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문 정부는 집권 5년간 무려 2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누구보다 부동산 문제의 이런 민감성을 잘 알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아직 낙점하지 못하고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장관 후보군은 세 부류다. 관료 출신으로는 국토부 2차관을 역임한 맹성규·손명수 민주당 의원이, 전문 정치인으로는 윤후덕·조정식·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거명된다. 학자로는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이름이 나온다. 심층적 인사검증을 거치겠지만, 이념과 정치에 매몰된 문재인 정부의 김수현 실장과 김현미 장관의 시행착오는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은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5년 동안 28회나 대책을 내고도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는 듯하다.
부동산 전문가는 "시중 유동성을 부동산에서 증시(주가 5000)와 인공지능(AI) 등 다른 투자처로 돌리려는 새 정부의 의중이 엿보인다"며 "대출 제한은 단기 효과에 그칠 것이니 금융(대출)·세금(거래세와 보유세)·공급을 한꺼번에 동원하는 복합처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발성 찔끔 땜질 대책으로는 뛰는 집값을 못 잡는다. 종합대책이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존중하고 정상화하면서 국민의 주거 안정을 보장할 대책을 더 찾아야 한다. 부동산 실패의 비극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기자실에서 ENG카메라를 메고 강유정 대변인을 촬영하고 있다. 강 대변인은 대출 6억 제한 조치에 대한 입장을 묻자 "기획재정부에서 나온 대책으로 알고 있는데, 일단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라고 답변해 야당은 책임회피성 태도라고 비판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장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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