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너무 깊숙이 위치해 벙커버스터를 써도 원하는 효과를 내기 어려워 사용하지 않았다.”
댄 케인 미국 합참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상원 정보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란 핵시설 세 곳 중 이스파한에는 벙커버스터 폭탄을 쓰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미군은 지난 22일 이란의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핵시설 3곳을 정밀 타격했는데, 케인 의장은 당시 B-2 스텔스 폭격기에 탑재된 벙커버스터 GBU-57 MOP(초대형 관통 폭탄) 14발 중 12발을 포르도에, 2발을 나탄즈에 투하했고, 이스파한에는 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20여 발로 공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파한 핵시설에는 벙커버스터 대신 토마호크 미사일을 쓴 이유가 정보 브리핑에서 밝혀진 셈이다.
이스파한 핵시설은 이란이 생산한 농축 우라늄의 약 60%가 저장된 곳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준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미군 폭격 전에 미리 옮겨 놨다고 주장해 왔고, 공습 이전에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포르도 핵시설 주변에 다수의 트럭이 포착돼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다른 곳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포르도 핵시설 주변 트럭은) 갱도 윗부분을 덮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 시설에서도 아무것도 밖으로 옮겨지지 않았다”며 사전 이송 의혹을 부인해 왔다. 27일 기자회견에서도 “난 한동안 이란이 다시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공습 작전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점점 확산하는 분위기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27일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 일부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란이 몇 달 내, 혹은 더 짧은 기간에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원심분리기 단계설비를 몇 개 가질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의 일부 또는 전부를 피습 전 이동시켰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일부는 파괴됐을 수 있지만, 일부는 옮겨졌을 수 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CNN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가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아랍 동맹국들과 비밀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란을 위한 회유책의 일환으로 민간용 핵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200억~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른 사기극”이라고 부인했다. 이란이 우라늄을 위험한 수준으로 농축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다시 폭격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엔 “물론”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