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는 29일 “내년부터 도내에 거주하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매월 10만원씩 줄지, 연 단위로 30만~50만원을 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개정된 ‘전북특별자치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동학의 고장’인 전북도만의 역사적 특수성과 동학농민혁명이 우리나라 민주화의 근간을 이룬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작지만 금전적 보상을 통해 한때 역적으로 몰린 참여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해 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전북도의 수당 지급을 두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참여자를 예우하고 유족 생활 안정에 이바지하는 정책”이라는 옹호론과 “세금을 퍼주는 악성 포퓰리즘”이라는 부정론이 엇갈린다. 수당 지급 대상은 참여자 직계 후손 중 전북 거주 자녀·손자녀·증손자녀 915명(6월 기준)이다. 전북도는 이들에게 매월 10만원씩 준다는 전제 아래 연간 10억9800만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정읍시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2020년부터 지역 내 동학농민혁명 유족(증손까지)에게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90명이 받는다. 하지만 “시 재정 상태가 나쁜데 세금을 왜 퍼주냐” “임진왜란 때 왜군과 싸운 의병까지 보상해 줘야 하느냐” 등 항의가 빗발친다.
전북도는 잠정적으로 유족 수당 재원을 도와 시·군이 각각 3 대 7의 비율로 분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도내 14개 기초지자체 중 지급 대상이 많거나 동학농민혁명 관련성이 떨어지는 곳은 이에 부정적이다. 유족 전체에 수당을 줄지, 유족 대표에게만 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에 전북도는 다음 달 14개 시·군 실무 담당자와 회의를 열고 수당 지급 대상 범위와 재원 분담 비율 등을 조율한 뒤 올 하반기에 시행규칙을 만들 예정이다. 이번 조례를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염영선 전북도의원(정읍2)은 “참여자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 확대와 헌법 전문 수록 논의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도 여전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대한민국의 탄생에 기여한 분들과 그 후손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답하는 것은 맞지만, 그 이전인 조선·고려·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과도하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노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손에게) 명문가 등 명예를 주는 형식이라면 누가 문제 삼겠냐”며 “국민 세금으로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역사학계 내부 반발도 있다. 강규형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동학농민운동을 신성시하면 할아버지 박성빈 옹이 경북 성주 동학 접주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보상금을 받아야 하고, 동학농민군을 진압한 안중근 가문은 역적이 되는 모순이 한꺼번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병학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는 “정부가 2004년 특별법을 제정하고도 참여자 예우를 외면해 전북도가 유족 수당을 지급하는 건데, 이를 공격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