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경제 사령탑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가 29일 지명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론 관료 출신 기업인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발탁됐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이어 구윤철·김정관 후보자까지 기획재정부 출신을 앉혔다는 건 정책 조율과 안정적인 경제 운용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위기에 경기 침체, 금융 불안까지 겹친 상황에서 일단은 당면 과제인 ‘경제성장’ 자체에 더 무게를 둔 인사라는 평가다.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은 이날 구 후보자 인선 배경에 대해 “국가 재정은 물론 정책 전반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토대로 대한민국 성장의 길을 찾을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와 관련해 강 실장은 “경제 관료 역량과 실물경제를 경험한 핵심 인재로서 지금은 성장에 집중할 때란 대통령의 철학을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구 후보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진짜 성장을 위한 경제 대혁신이 중요한 과제”라며 기본 방향으로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꼽았다. 구 후보자는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 대한 집중투자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성장의 기회와 과실에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책 『AI 코리아』를 펴내며 AI 시대에 대응할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구 후보자는 기재부에서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예산통’이다. 노무현 정부에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문재인 정부 때는 역대 최장수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임했다.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김 실장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부는 전 국민에게 15만~52만원씩 지원하는 내용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지난 23일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증세에 대해 구 후보자는 선을 그었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는 건 쉽지 않다”며 “증세보다는 초혁신 경제를 통해 파이를 키우고, 세금이 자연스럽게 더 걷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재부에서 3년 연속 ‘닮고 싶은 상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 후보자는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 직속 자문 기구인 ‘경제성장위원회’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외곽 싱크탱크였던 ‘성장과 통합’에도 참여해 정책 설계 등에 관여했다.
산업부 장관에 지명된 김 후보자 역시 기재부 관료 출신으로 종합정책과장, 정책기획관 등을 지냈다. 국장 시절인 2018년 공직을 떠나 두산그룹에 합류했고, 이후 두산DLI 전략지원실 부사장, 두산경영연구원 대표를 거쳐 장관 지명 직전엔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 담당 사장으로 재직했다. 그의 발탁엔 이 대통령의 미래 전략산업 육성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차세대 첨단기술과 AI 신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확대, 에너지 안보 강화 등에도 정책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장관에 지명하면서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대통령실은 “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산업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