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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비행기의 롤모델, 새는 어떻게 하늘을 날까

중앙일보

2025.06.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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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 수 있는 척추동물을 통틀어 새, 동력으로 프로펠러를 돌리거나 연소 가스를 내뿜는 힘에 의하여 생기는 양력(揚力)을 이용하여 공중으로 떠서 날아다니는 항공기를 비행기라 합니다. 자유롭게 비행을 하며 살아가는 새의 모습은 인간에게는 오랫동안 동경의 대상이었죠. 실제로 비행기의 구조와 나는 방법은 새의 비행 원리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새는 어떤 원리로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걸까요. 또 새와 비행기는 어떤 점이 비슷할까요.

윤보영(왼쪽)·변우빈 학생기자가 국립생물자원관 특별전시 '더 플라잉: 새의 비행'에서 오토 릴리엔탈이 새를 관찰해서 만든 표준 글라이더를 살폈다.
새의 날갯짓을 연구하며 비행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풀었던 '플라잉맨'의 이야기와 새의 날개 속에 숨겨진 비행 비법, 다양한 새들의 비행 모습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 ‘더 플라잉(The Flying): 새의 비행’이 인천 서구 환경로에 있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열리고 있어요. 변우빈·윤보영 학생기자가 국립생물자원관에 들어서자 현혜정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활용부 생물다양성교육과 행정사무관이 천장에 걸린 커다란 글라이더 아래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이건 독일의 항공기술 분야 선구자인 오토 릴리엔탈(1848~1896)이 새의 날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표준 글라이더’를 실제 크기로 만든 기체예요. 전장 5.3m, 높이 1.4m, 날개폭 6.6m에 달하는 크기로 국립항공박물관의 재현품인데요. ‘더 플라잉: 새의 비행’은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항공박물관의 교류를 통해 기획한 전시랍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현혜정(맨 오른쪽) 사무관과 함께 새들의 비행 방법, 새와 비행기의 유사성 등 다양한 정보를 살폈다.

오토 릴리엔탈과 그의 동생 구스타프는 평소 새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특히 황새에 관심이 많았죠. "하늘을 나는 것은 새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라고 믿었던 이들은 황새·비둘기·참새 등 여러 새를 관찰하고, 하늘을 날기 위한 도구로 새의 날개 형태를 닮은 여러 종류의 글라이더를 만들었어요. 오토 릴리엔탈이 자신이 만든 글라이더에 몸을 실어 비행 실험한 햇수는 무려 2000여 회에 달합니다. 이를 통해 그는 곡선형의 날개가 비행에 가장 효율적인 형태이며, 꼬리날개를 활용하면 비행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했죠. 오토 릴리엔탈의 연구는 현대 항공기 형태 정립에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그렇다면 오토 릴리엔탈에게 영감을 준 주인공인 새들은 어떻게 날까요. 전시실에 들어선 보영 학생기자가 "새와 비행기가 나는 모습이 유사하다고 하던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라고 말했죠. 마침 새와 비행기의 이착륙 장면을 비교해서 살펴볼 수 있는 영상이 상영 중이었습니다. 새와 비행기는 몸통·날개 형태와 이착륙 방법 등에서 유사점이 많아요. 하늘을 나는 새와 비행기에는 지구 위의 물체가 지구로부터 받는 힘인 중력(重力)이 작용하죠. 이들이 하늘 위로 뜨려면 위로 뜨는 힘인 양력(揚力)이 중력보다 커야 합니다.

오토 릴리엔탈은 20여 년간 새의 비행을 연구한 결과를 도면과 그림으로 정리했다.
새는 뼈 속이 비어있어 몸이 가볍고, 몸속에는 공기가 들어가는 얇은 주머니인 기낭(氣囊)이 있으며, 몸통의 외형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선형이에요. 비행기도 가볍게 개량된 알루미늄인 두랄루민이나 탄소섬유(Carbon Fiber) 등의 소재로 제작하며, 몸체도 유선형이죠. 또 새의 날개는 위쪽이 둥글고 아래쪽이 평평하며, 끝이 뾰족한 비대칭 유선형 구조인데요. 이런 모양의 날개와 바람이 만나면 날개 윗부분을 지나는 공기의 흐름은 빨라서 압력이 낮아져요. 반면 날개 아랫부분을 지나는 공기의 흐름은 상대적으로 느려서 압력이 증가하죠. 그러면 윗면의 공기와 아랫면의 공기 사이의 압력차가 생기고, 새를 위로 뜨게 하는 힘인 양력이 발생해요. 비행기의 날개도 자세히 살펴보면 새의 날개처럼 비대칭 유선형 구조이고, 같은 원리로 양력이 발생하죠.

이륙할 때도 둘은 공통점이 많아요. 새는 땅에서 하늘로 날아갈 때 도움닫기를 하며 속력을 높여 양력을 발생시키는데, 비행기도 이륙할 때 활주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서 양력을 발생시키죠. "하늘을 비행 중일 때도 새와 비행기는 닮았어요. 새가 비행 중일 때는 다리를 꼬리 쪽으로 뻗거나 몸에 숨겨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시켜요. 비행기도 이륙에 성공하면 랜딩기어(바퀴)를 접어서 기체 안에 보관해 공기의 저항을 줄이죠." 착륙할 때도 비슷한 점이 많아요. 하늘을 날던 새는 땅에 내려앉을 때 날개를 펄럭여서 항력(抗力)을 높여 속도를 줄입니다. 비행기도 주날개 뒤에 있는 고양력장치(Flap)를 펼쳐 날개의 면적을 넓혀 속도를 줄이죠.
매와 같은 새는 뼛속에 구멍이 많이 뚫려있고 몸속에는 공기가 들어가는 주머니인 기낭이 있으며, 몸체는 공기의 저항을 덜 받는 유선형이다.

새는 부위별로 깃털의 모양이 달라요. 날개에 있는 깃털의 모양으로 날 수 있는 새와 날지 못하는 새를 구분할 수 있죠. 현 사무관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백로속에 속하는 새의 깃털 3개를 보여줬는데요. 첫 번째 깃털은 깃대를 기준으로 한쪽 깃털이 길고, 반대쪽 깃털은 짧은 비대칭 형태였죠. 이는 새의 날개 부위에 있는 깃털이에요. 날 수 있는 새의 날개에는 이러한 비대칭 깃털이 있어요. 대칭 형태 깃털은 맞바람을 맞으면 형상을 유지 못하고 흩어지지만, 비대칭 깃털은 강한 바람에도 잘 버티며 안정된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이죠.

반면 두 번째 깃털은 깃대 양옆으로 비슷한 길이의 깃털이 대칭을 이룬 형태였죠. 이건 새의 꼬리 부위에 있는 깃털입니다. 세 번째 깃털은 솜털과 같은 형태였는데, 이는 새의 가슴털로, 체온 유지에 적합한 형태죠. 3종류의 깃털을 열심히 살피던 우빈 학생기자가 "새는 비행 방법도 다양하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죠. "맞아요. 새의 비행은 크게 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날갯짓비행(flapping flight), 날갯짓을 하지 않는 활공비행(soaring, gliding flight), 여러 마리의 새가 함께 나는 무리비행(flight patterns)으로 나눌 수 있어요."
날 수 있는 새의 날개깃은 비대칭 구조이지만, 날 수 없는 새의 깃털은 대칭구조를 이룬다.

날갯짓비행은 벌새처럼 앞뒤로 빠른 날갯짓을 반복하며 제자리에 머무는 정지비행(hovering), 멧비둘기·청둥오리 등 날갯짓을 하며 직선으로 날아가는 직선비행(straight flight), 직박구리·오색딱따구리 등 날갯짓을 하며 파도 모양으로 나는 파상비행(wavy flight)으로 세분해요. 우빈 학생기자가 "벌새처럼 정지비행을 하는 새들은 날개힘이 좋은 건가요"라고 궁금해했죠. "벌새가 날갯짓을 하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움직이는 모양이 8자를 그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이런 비행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양력을 만들어내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무를 수 있는 거죠."

활공비행은 날개를 편 상태에서 기류를 타서 서서히 고도가 낮아지는 글라이딩 플라이트(Gliding flight), 수평비행이나 상승비행을 하는 소어링(Soaring)으로 구분해요. 독수리·황새가 대표적으로, 오랫동안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죠. 이들이 면적이 넓고 끝이 갈라져 있어 추가적인 양력을 얻기 좋은 날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날 수 있는 새의 날개에는 비대칭형 깃털이 촘촘히 박혀있다. 이러한 형태의 깃털은 맞바람을 견딜 때 유리하다. 사진은 독수리의 날개.

무리비행은 여러 마리의 쇠기러기·큰기러기 등이 장거리 이동 시 효율적으로 비행하기 위해 브이(V)자, 일(ㅡ)자 등의 모양으로 무리지어 나는 비행을 말해요. 특히 여러 마리의 새가 무리를 지어 브이자로 날면 혼자 날 때보다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의 새의 비행방법 탐방은 전시실 내부에 있던 조이트로프와 오토마타 체험으로 끝났어요. 회전하는 원통 안에 새의 날갯짓을 여러 단계로 나눠 그린 그림을 붙인 조이트로프가 있었는데요. 보영 학생기자가 이를 돌리자 새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 장면이 슬로모션처럼 보였죠. 또 뼈대와 날개깃 등 새의 양날개 구조를 구현한 오토마타도 있었는데, 우빈 학생기자가 손잡이를 돌리자 오토마타가 실제 새의 날개처럼 펄럭이며 움직였습니다.
물속에서 먹이를 찾는 펭귄은 하늘을 나는 새와 달리 날개가 짧고 평평하며, 깃털도 비늘처럼 촘촘하게 달렸다.

지금까지 새와 비행기의 유사점과 새의 여러 비행법 등을 살펴봤어요. 인간의 오랜 숙원이었던 비행을 실현시키는 데 새의 외형과 비행법이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과, 새들도 생태별로 나는 방법이 다르다는 사실을 배웠죠. 앞으로 일상에서 새들을 마주칠 때마다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나는지 살펴보세요.

동행취재=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6)· 윤보영(서울 가재울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어요. 빠르게 날기도 하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게 멋지더라고요. 현혜정 사무관님이 설명해 주신 오토 릴리엔탈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글라이더를 만들어 하늘을 날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황새의 모습을 본 딴 글라이더를 보며 그 옛날에 어떻게 저런 글라이더를 만들 수 있었을까 대단하고 존경스러웠어요. 새의 비행에 대해 알아봤는데 날 수 있는 새는 날개깃의 모양이 다르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새의 실제 깃털도 만져보며 꼬리깃과 날개깃도 비교해 봤죠. 탐조를 하며 때때로 ‘저 새는 왜 저렇게 날아갈까?’ 하고 많이 생각했는데 그런 궁금증이 많이 해결된 행복한 취재였어요.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6) 학생기자

새와 비행기의 비행 방식이 어떤 면에서 비슷한지 궁금했는데 새들은 달리면서 그 가속력으로 속도를 얻고 날갯짓을 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비행기와 비슷하다는 걸 알았어요. 또 새가 하늘을 날 때는 다리를 뒤로 뻗는데 비행기가 하늘을 날 때도 새처럼 바퀴를 뒤로 넣는 게 비슷해서 신기했어요. 새 중에서 독수리나 앨버트로스는 공중에서 날개를 펄럭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상승기류를 활용해서 에너지를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독수리의 날개는 면적이 넓고 끝이 갈라진 형태인데, 덕분에 큰 에너지를 쓰지 않고 하늘을 활공하면서 먹이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새들이 각기 다른 비행 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윤보영(서울 가재울초 5) 학생기자






성선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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