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희수 기자]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뛰고 있는 임진희-이소미가 30일 새벽, 반가운 우승 소식을 전했다. LPGA 투어 유일의 2인 1조 팀전에서 갈망하던 데뷔 첫 우승을 동시에 이뤘다.
임진희-이소미는 30일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의 미들랜드 컨트리클럽(파70)에서 막을 내린 LPGA 투어 다우 챔피언십(총상금 330만 달러=약 45억 원)에서 연장전 끝에 렉시 톰슨-메간 캉 조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은 39만 9510달러(약 5억 4280만 원)씩 나눠갖는다.
임진희와 이소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하다가 작년 시즌부터 LPGA로 무대를 옮겼다. 국내에서는 임진희가 6승, 이소미가 5승을 올렸지만 LPGA에서는 그 동안 우승이 없었다.
다우 챔피언십은 1, 3라운드는 포섬(공 한 개를 두 선수가 번갈이 치는 방식), 2, 4라운드는 포볼(두 선수가 각자의 공으로 플레이 한 뒤 베스트 볼로 스코어를 매기는 방식)로 경기를 한다. 그리고 연장에서는 다시 포섬 방식으로 경기를 한다. 포섬 방식은 두 선수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임진희-이소미는 포볼 방식으로 치러진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 최종합계 20언더파를 만들었다. 만만찮은 호흡을 보여준 렉시 톰슨-메간 캉 조도 정규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동타가 됐다. 포볼 방식은 두 선수 중 어느 하나만 잘해도 성적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포섬은 둘의 호흡이 완벽해야 성적을 낸다. 연장전은 포섬이다. 누구의 호흡이 더 잘 맞는 지 가려지는 결정적 순간이다.
연장전은 파3 18번 홀에서 시작됐다. 렉시 톰슨이 먼저 티샷을 했다. 공이 핀 2미터 안쪽 거리에 붙었다. 이어 티박스에 오른 이소미는 그러나 기죽지 않았다. 부담없이 샷을 했고, 공은 핀으로부터 2.5미터 거리에 멈췄다.
이제는 임진희가 보여줄 차례다. 임진희는 거리낌없이 공을 홀컵에 떨궜고, 이를 지켜 본 메간 캉은 심리적 압박이 심했던지 더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퍼터가 몸쪽으로 당겨졌고 공은 컵을 빗나갔다. 임진희-이소미의 호흡이 더 우위였음이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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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둘은 대회 내내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LPGA 투어 2년차에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큰 동병상련이었다. 임진희와 이소미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지난해 LPGA에 데뷔해 마음 고생이 많았다. 오늘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우리는 내년에도 팀을 이뤄 이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둘은 섬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임진희는 제주도, 이소미는 완도가 고향이다. 팀 이름 ‘BTI’에 숨은 뜻이 있다. BTI는 Born To be Island의 준말이다.
섬 출신 선수들의 의기투합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네 번째 우승컵을 안겼다.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은 김아림(2월), 김효주(3월), 유해란(5월)에 이어 임진희, 이소미가 4승을 합작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