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맹국에 손내미는 中…수산물 수입 재개에 日 "큰 전환점"(종합)
"중국, 트럼프 시대 지정학적 도전 대응 위해 주변국과 관계 강화"
(도쿄·베이징·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정성조 특파원 권숙희 기자 = 중국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은 '처리수') 방류를 이유로 중단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약 2년 만에 일부 재개하는 등 미국의 동맹국과 외교적 갈등을 완화하는 조치에 나서 주목된다.
미중 경쟁 구도가 강화되면서 중국은 남미와 동남아 국가 등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끌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 이어 이제 일본에도 유화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번 수입 재개 조치가 그간 긴장 속에 있던 중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앞서 중국은 일본이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2023년 8월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가 1년 10개월 만에 조건부로 수입을 일부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 해관총서는 전날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장기적 국제 모니터링과 중국의 독립적 샘플 채취 및 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일본 정부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수산물 품질 안전 보장을 약속하는 전제하에 소비자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중국은 조건부로 일본의 일부 지역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이후 식품·식용 농산물·사료 수입이 금지된 일본 10개 도·현의 수산물은 수입 재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의 이번 수입 재개 발표는 미국발 무역 불확실성 확대 속 중국이 동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시절 아시아의 두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을 결집해 경제, 안보, 기술 등의 영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매기려고 하는 등 기존에 동맹국들과 유지해온 관계를 소홀히 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중국이 그 틈을 파고든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SCMP는 "중국이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강화를 외교적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고 풀이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중국의 자국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환영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아오키 가즈히코 관방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 9월의 일본과 중국 정부 발표를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도 "일본으로서는 중요한 수출 품목인 수산물의 중국 수출이 재개된 것은 큰 전환점"이라며 "신속하고 원활한 재개를 위해 민관이 하나가 돼 대응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측은 중국 측에 완전한 규제 철폐를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오키 부장관은 "남은 10개 도·현 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와 일본산 소고기의 중국 수출 재개 등을 중국 측에 강하게 요구해 갈 것"이라면서 "일본의 대(對)중국 수출이 단기간에 어느 수준까지 회복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며, 다만 해삼과 같은 특정 품목들의 수출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언제 10개 도·현 수산물 수입을 재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식품 안전 문제에서 중국 정부는 시종 인민 군중에 대한 높은 책임감을 바탕으로 안전과 과학의 원칙에 따라 정책을 만들어왔다"며 선을 그었다.
마오 대변인은 "어떤 리스크라도 발견되면 즉시 법에 따라 필요한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중국의 해양 방류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우리는 국제 사회와 함께 일본이 일련의 약속을 장기적 실제 행동으로 옮겨 해양 방류 리스크를 통제하기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수산물 수입 재개로 중일 양국 간 최대 현안 중 하나가 해결 수순에 들어갔으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과 최근 태평양에서의 군사적 긴장과 같은 갈등 요인 등은 아직 양국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남아있다.
실제로 이달 12일 태평양에서 중국 전투기가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을 감시하던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상대로 이례적인 근접 비행을 잇달아 실시하며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었다.
일본 방위성은 자위대 초계기와 대원이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고 밝혔으나 당시 J-15 전투기에는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가 탑재돼 있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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