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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100년을 그리는 대학들] 양자컴퓨팅 기반한 신약 개발로 새로운 도약 나선다

중앙일보

2025.06.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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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대한민국 최초 양자컴퓨터 구축
신약개발·산학협력 등 적극 나서
‘양자정보학과’ 신설해 인재 양성

연세대가 창립 140주년을 맞아 양자컴퓨팅 기반 신약 개발을 통해 미래 100년의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연세대는 2025년 국내 최초, 세계 대학에서 두 번째로 IBM의 양자컴퓨터 ‘Quantum System One’을 도입했다. [사진 연세대]
연세대학교가 창립 140주년을 맞아 양자컴퓨팅 기반 신약 개발을 통해 미래 100년의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최근 QS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사립대 최초로 세계 톱 50에 진입한 연세대는 2025년 국내 최초로 IBM의 양자컴퓨터 ‘Quantum System One’을 도입했다. 세계 대학 가운데 두 번째로 온프레미스(On-premise·현장 구축) 방식으로 구축된 이 시스템은 대한민국 양자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이정표이자,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대한민국이 미래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신약 개발, 양자컴퓨터로 시간과 비용 단축

연세대의 양자컴퓨팅 전략은 하드웨어 도입에 그치지 않고, 실용적인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자 알고리즘은 계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후발주자로서 한국이 양자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전략적인 방향으로 평가된다.

연세대는 이를 위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양자컴퓨팅 전문가를 신임 교원으로 영입하고, 앞으로도 우수 연구 인력을 지속해서 확보할 계획이다. 주요 연구 과제로는 양자 머신러닝, 양자 시뮬레이션, 양자 최적화, 양자 오류 수정 등이 있으며, 이 밖에 다양한 핵심 연구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연세대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신약 개발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신약 개발은 평균 15년 이상의 시간과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되는 분야로, 후보물질 설계, 약효 예측, 독성 분석, 임상시험 설계 등에서 방대하고 계산이 요구된다. 이러한 고난도의 계산 작업은 기존 컴퓨터로만으로는 처리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의 뛰어난 계산 능력은 복잡한 분자 구조 해석, 단백질·리간드 결합 예측, 약물 최적화 등의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연세대는 이러한 계산 능력을 활용해 항암제, 감염병 백신, 면역 치료제 등 고난도 신약 개발의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정밀의학 기반의 신약 개발 생태계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또한 고성능컴퓨팅(HPC) 시스템과 양자컴퓨터를 연계한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양자컴퓨팅의 복잡한 상태 공간 탐색 능력과 난해한 샘플링 계산에 특화된 성능, HPC의 대규모 데이터 처리 능력을 통합함으로써,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복합 계산 자원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최적화된 분석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 컴퓨팅 기술은 PoC(개념증명) 단계부터 산업현장에 실질적 적용까지 전 주기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존의 HPC 환경에 양자 알고리즘을 접목, 계산 효율성과 해석 가능성 측면에서 한층 진보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호 양자사업단장이 “양자컴퓨팅 도입은 신약 개발의 획기적인 전환점”이라고 전했다.


‘연세 퀀텀 콤플렉스’ 중심 산업화 적극 추진

연세대는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 위치한 ‘연세 퀀텀 콤플렉스’를 중심으로 양자 기반 신약 개발의 실증(PoC)과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세 퀀텀 콤플렉스는 IBM 양자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큐비트 기반 장비, 양자 알고리즘 실험 환경, 산학 협업을 위한 개방형 인프라를 함께 갖춘 복합 연구·개발 허브 역할을 한다.

또한 연세대는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에 선정돼 양자 소프트웨어 기반 산업 실증 플랫폼인 ‘Q-Bridge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자기술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 현장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으며, 국내 전반에 양자 기반 R&D 생태계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바탕을 구축해 가고 있다.

더불어 양자기술의 실용화를 견인할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연세대는 단계별 교육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부터 대학생, 일반인 및 재직자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비학위 프로그램 ‘연세 퀀텀 아카데미’는 양자기술의 저변 확대와 대중적 접근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2025년 가을학기에는 일반대학원에 ‘양자정보학과’를 신설해 석·박사급 고급 인재 양성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본 과정은 국내 유일의 온프레미스 양자컴퓨터 기반 실습 환경을 제공하며, 이론적 전문성과 문제 해결 중심의 실전 역량을 함께 갖춘 실용형 전문가를 배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연세대는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나다 워털루대, 일본 도쿄대와 게이오대 등 세계 유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의과대학 교수)은 “양자컴퓨팅 도입은 단순히 계산 기술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신약 개발의 본질적인 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전환점”이라며 “양자·고전 AI 융합을 통해 고난도 신약 개발을 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산업, 연구, 인재 양성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며, 연세대는 그 실현의 거점이 될 준비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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