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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전문가 대거 발탁한 한국 정부, 미국·영국서는 트렌드

중앙일보

2025.06.30 08:01 2025.06.3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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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 전략 변화

인공지능(AI)을 필두로 국가 간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정부의 인사 전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제 부문 핵심 부처와 정책 설계 라인에 관료가 아닌 민간 기업인 출신 인사를 전면 배치하는 모습이다. 첨단 기술 최전선에서 실무를 경험한 인재를 앞세워, 현장에 맞는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까지 지명한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민간 기업 출신 인사는 3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두산에너빌리티 사장)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LG AI 연구원장)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네이버 고문). 내각 전체로 넓히면 ▶윤창렬 국무조정실장(LG경영개발원 글로벌전략센터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이사) ▶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 모두 6명으로 늘어난다. 참여정부 이후 발탁된 국무위원 200여명 중 기업인 출신이 4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민간 기업인 출신을 대거 발탁한 셈이다.

이는 AI·반도체·우주·양자 기술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 기술 수명이 수개월에서 1년 단위로 바뀌기에, 절차를 중시하는 관료 조직으로는 기민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클리포드
AI 같은 첨단 기술이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주권의 문제로 확장되면서 세계 각국은 총성 없는 기술 전쟁에 돌입했다. 산업 생태계를 꿰뚫고 기술 흐름의 방향을 읽는 실무형 전문가의 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 배경이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기업인 출신 전문가를 정책 핵심에 등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계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임명했다. 크리슈난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야후·페이스북·엑스(옛 트위터) 등을 거쳤다. 미국 과학기술 정책을 조율하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에는 테크 스타트업 스케일 AI에 몸담고 있던 마이클 크라치오스를 임명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2018년 미국이 AI 시대에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AI 국가안보위원회(NSCAI)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크리슈난
영국 정부는 올해 1월 AI 주권을 강화한다며 기술 개발 및 인프라 투자 계획 등을 포함한 ‘AI 기회 행동’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계획은 기업가인 매트 클리포드가 주도해 설계했다. 그는 인재 투자 및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엔터프리너퍼스트의 공동창립자로, 현재 영국 정부의 AI 고문으로 활동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고위직 출신들이 공무원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도 “관료 출신과 달리 민간 회사들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직접 전달할 수 있어 가교 역할을 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인 출신 장관 후보자들 역시 인사청문회 관문을 넘어야 한다. 후보자들이 민간 영역에 있었던 만큼 이해충돌 여부를 면밀히 검증해야 하지만, ‘망신주기식 청문회’로 흘러간다면 실무형 인재 영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무 역량과 정책 비전을 중심에 둔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우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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