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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콩쿠르가 지휘자를 키운다

중앙일보

2025.06.30 08:04 2025.06.3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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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는 비슷비슷한 건축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독특한 건물을 매일 보며 자란 아이들의 창조성은 남다를 것 같았다. 6월 중순 폐막한 로테르담 국제 지휘 콩쿠르(ICCR) 결선을 보고 왔다. 55개국 175명의 지휘자가 지원했고 서류와 영상으로 준결선 진출자 24명을 선정했다. 작년에 신포니아 로테르담을 지휘하며 치른 준결선 1라운드에서 24명 중 12명을 골라냈고 2라운드에서 루이스(코스타리카), 미구엘(포르투갈), 유광 진(중국), 샘(호주), 야쿠프(폴란드), 로드리고(멕시코) 등 결선 진출자 6명이 가려졌다. 6월 결선은 다섯 차례였다. 1차로 고음악 연주 악단인 18세기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하이든, 모차르트 교향곡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로날트 브라우티함 협연)을 연주했다. 2차로 클랑포룸 빈을 지휘해 현대음악을, 3차로 각자의 선곡으로 야외 공연 지휘, 4차부터는 로테르담 필을 지휘해 성악가·합창단과 푸치니 ‘나비부인’과 ‘토스카’의 주요 장면과 아리아를, 마지막 5차는 드뷔시 ‘바다’와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을 지휘했다. 뉴욕 필, LA 필 대표를 역임한 데보라 보르다를 심사위원장으로 이반 피셔, 키릴 카라비츠 등 저명한 지휘자들이 회차마다 심사위원을 맡았다. 특히 마지막 5차 결선 심사는 바실리 페트렌코와 장한나가 맡아 각 지휘자들의 손끝과 표정, 리허설에서의 대화를 주시했다. 지휘자마다 특성이 다르고 연주 결과도 차이가 났다. 그 우열을 어떻게 가릴까. 롭 힐버링크 ICCR 감독은 “전적으로 심사위원들의 판단과 감각에 맡긴다”고 했다. 리허설과 공연을 본 심사위원들이 1부터 6까지 순위를 적어서 내면 평균 순위를 산출해 우승자를 결정한다. 지휘의 본질인 리더십의 우수성을 가리려면 경험 풍부한 심사위원들의 확보가 관건이다. 이들이 참가자들의 음악에 대한 이해, 단원들의 욕구 파악, 리허설에서 본공연에 이르는 작업 과정을 본다. 콩쿠르 기간 동안 같은 곡을 반복해서 리허설하고 연주해도 최선을 다해 부응한 로테르담 필 단원들, 오페라
라운드의 성악가들과 합창단의 열정에 감탄했다.

ICCR 공동 우승자인 코스타리카의 루이스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중 합창곡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 ICCR]
영예의 그랑프리는 루이스와 미구엘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회차별 상과 다양한 특별상을 나눠 수상하며 서로를 축하해주는 여섯 지휘자는 경쟁자보다는 동료 같았다.

음향 좋은 홀인 데 도엘렌 객석에 앉아 ICCR의 리허설과 본공연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를 생각했다. 유일한 지휘 콩쿠르인 KNSO국제지휘콩쿠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 좋은 홀과 오케스트라, 성악가와 합창단을 집중적으로 기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지휘자·작곡가·행정가들을 심사위원으로 모실 수 있는 역량과 예산이 받쳐줘야 한다. 지휘 콩쿠르가 지휘자를 키우는 장이 될 수 있음을 ICCR은 보여줬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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