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리치(Lychee)로 더 많이 부르는 열대과일 여지(荔枝)가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다. 관영 매체가 ‘여지 경제’를 자랑할 정도다. 시작은 스타작가 마보융(馬伯庸·45)의 2022년작 소설 『장안의 여지(長安的荔枝)』였다. 최근 35부작 드라마가 TV와 OTT에서 흥행 중이다. 곧 홍콩 배우 류더화가 출연한 영화도 개봉한다.
소설은 755년 트럭도 콜드체인도 없던 시절 당(唐)이 무대다. 수도 장안(長安·지금의 시안)으로 영남(嶺南·지금의 광저우)의 여지를 신선하게 배달하는 과정을 다뤘다. 작가는 “일기홍진비자소, 무인지시여지래(一騎紅塵妃子笑 無人知是荔枝來)”라는 두목(杜牧)의 당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말발굽 흙먼지와 여지를 좋아한 양귀비의 미소를 엮은 시 구절에 작가는 황제의 애정을 보탰다. VIP가 여사의 생일 선물로 약 1700㎞ 거리 밖의 열대 과일을 신선하게 대령하라는 스토리라인이 탄생했다. 여기서 독자는 불가능한 프로젝트에 영혼까지 갈아 넣는 숱한 직장인의 애환을 읽는다. 주인공인 제국의 중간 관료 이선덕은 회사의 노예를 일컫는 사축(社畜)으로 그려진다. 결국 임무를 완수한 그는 여사의 인척 양국충에게 외친다. “귀비가 먹은 여지 한 개 운송비로 열 가구의 일 년 치 소득이 들어갔다.” 권력자의 무도를 고발하는 용기에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마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역사를 볼수록 고대와 현대의 ‘근로자’ 처지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또 “자녀·부모·연인 사이 감정은 시공을 초월한다”며 “역사와 문학을 연결하는 핵심은 바로 인간미”라고 강조했다.
‘장안의 여지’는 중국의 복고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중국적인 전통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뉴 차이니즈 스타일(新中式·신중식)’의 최신판이다. 궈차오(國潮)라고도 한다. 요즘 중국 베이징은 청, 시안의 거리에는 당, 카이펑은 송나라 옷차림이 유행한다. 치파오는 사라지고 온갖 한푸(漢服)가 부활했다. 이른바 ‘중화의 부흥’이라는 이데올로기가 13년 만에 바꿔놓은 사회현상이다.
여기에 경제·산업·과학 분야의 성취가 더해지자 강한성당((強漢盛唐)으로 돌아가자는 중화사상이 꿈틀댄다. 중국의 소비자는 더는 애플·삼성 휴대폰, 테슬라·벤츠차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화웨이와 비야디에 열광한다.
마보융은 “소설이라는 창문을 통해 더 광활한 천공을 보라”고 권한다. 만국래조의 조공질서가 아닌 대외개방이라는 당나라 번영의 진짜 비결을 되새기라는 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