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최민우의 시시각각]보수 간판으로 안철수 어떤가

중앙일보

2025.06.30 08:28 2025.06.30 13:2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최민우 정치외교안보부국장
우파 진영에선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 자주 “조폭 같다”고 한다. 편을 갈라 적으로 판단되면 조금의 허물이라도 끄집어내 들쑤시는 반면, 내 편이면 눈 딱 감고 무조건 편드는 행태를 보여서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재판을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한 지귀연 판사를 향해 신상털이식 집단 린치를 가하는 모습은 잔인하고 집요했다. 반대로 배추 농사 투자 등 온갖 의혹에 휩싸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리라’는 마태복음 구절마저 천연덕스럽게 인용했다. '실드'(방어)가 마땅치 않으면 상대방 공격수(주진우 의원)를 흠집 내는 것도 가성비 높은 물타기다. ‘옳고 그름? 개나 줘버려. 내 편이면 따지지 말고 끝까지 지켜내!’

민주당은 내 편이면 무조건 옹호
국힘은 자기편도 나 몰라라 방치
대선서 헌신했던 안철수 재조명
이렇듯 민주당이 막가파라면 국민의힘은 어떨까.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사안을 대할까. 오히려 정반대다. “조폭만도 못하다”고들 한다. 왜? 민주당은 내 편이라도 챙기지만, 국민의힘은 내 편도 못 챙겨서다. 필요할 때만 단물 쏙쏙 빼먹다가, 막상 권력 잡고선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흔해 조폭 정치의 하위 버전인 ‘양아치 정치’라는 말도 나온다. 과거부터 좌파보다 자기 진영에 대한 일체감이 약했는데, 윤석열 정부 이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범인만 잡으면 된다’는 식의 검사 정치가 득세하면서 이 같은 기류가 더 심해졌다는 평가다.

우파 생태계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제도권 권력만 추종하는 천박함에 대한 비판은 그간 진영 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윤 정부에서 대표적 희생양 중 하나로 꼽힌 이는 안철수 의원이었다. 그는 3년 전 대선 막판 극적인 단일화로 윤 정부 탄생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고, 그 덕에 인수위원장도 됐지만, 그뿐이었다. 장관을 한 명도 추천하지 못한 채 ‘팽’ 당했다. 2023년에는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윤-안 연대’라며 윤 전 대통령과의 원만함을 표현하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다. 국정 운영 방해꾼이자 적”이라는 험한 말까지 쏟아내며 찍어 눌렀다. 창업 공신은커녕 적폐 취급이었다.

지난 5월 31일 당시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과 김문수 대통령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가 서울 은평구 대림골목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안 의원은 12ㆍ3 계엄 초창기부터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줄곧 유지해 왔다. 국민의힘 주류나 지지층과는 다소 동떨어진 독자 행보였음에도,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출마해 4강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반전은 최종 대선후보로 김문수가 선출된 이후다. 안 의원은 자신과 정치적 스탠스가 가장 먼 ‘강성 반탄파’ 김문수가 대선후보로 선정됐음에도 두 팔 걷어붙이고 지지 유세를 펼쳤다. 정계 은퇴 운운하며 미국으로 떠나고, 자당(自黨)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나 여러 조건을 달면서 돕는 건지 안 돕는 건지 엉거주춤한 한동훈 전 대표와 달랐다. 심지어 안 의원은 본인과 앙숙인 이준석 후보를 직접 만나 단일화를 촉구하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우파의 약한 고리라는 ‘자기를 희생하며 대의를 따른다’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안철수의 재발견’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이준석(오른쪽)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5월 21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학생들과 학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국민의힘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8월에 열 공산이 크다.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영남권 의원들 상당수는 한 전 대표가 마뜩잖아 그에 대한 대항마를 찾느라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고 한다. 이참에 안 의원을 내세우는 건 어떤가. 물론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로봇과 얘기하는 거 같다’ 등 안 의원의 역량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민주당에서 넘어와 여태껏 우파 진영을 위해 나름 노력했다면 한 번쯤 기회를 갖는 게 순리 아닐까. 게다가 관료ㆍ법조인만 넘쳐나는 국민의힘에서 안 의원은 드문 이공계ㆍ기업가 출신이다. AI 시대 우파 혁신을 위한 카드로도 그럴듯해 보인다. 무엇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양아치 정치’를 이제는 청산해야 하지 않겠나.



최민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