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불가리아의 전설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59)가 FIFA 클럽 월드컵을 둘러싼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가 겨냥한 인물은 바르셀로나의 하피냐와 리버풀의 전 감독 위르겐 클롭이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스토이치코프가 '마르카'와 '엘 문도'와의 인터뷰에서 클럽 월드컵을 비판한 유럽 축구인들을 향해 강도 높은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최근 브라질의 핵심 공격수 하피냐는 클럽 월드컵에 대해 "선수 입장에선 명백히 강제성 있는 출전이다. 누구도 우리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고, 우리는 그저 가라는 대로 가야 한다. 유럽 축구 일정이 이미 빡빡한데 여기에 휴가까지 반납해야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스토이치코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응수했다. 그는 "좋다, 그런데 내년 월드컵이 여기(미국)에서 열린다는 걸 잊었나? 하피냐도 뛰겠지. 나도 그랬고, 수많은 선수들이 뛰었어. 조금은 진정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스토이치코프는 또한 과거와 비교해 현재 선수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점을 강조했다. "내가 선수로 뛸 당시엔 두 명만 교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섯 명을 바꿀 수 있고 연장전까지 포함하면 여섯 명이다. 전반전에 팀 절반을 바꾸는 셈이지. 이런 조건에서 불평을 한다는 건, 마치 우리가 선수로서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사람처럼 치부되는 기분이다"라고 전했다.
비판의 화살은 위르겐 클롭에게도 향했다. 클롭은 앞서 클럽 월드컵 확대에 대해 "축구 역사상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직격한 바 있다. 이에 스토이치코프는 다소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는 "솔직히 클롭한테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난 그를 존경한다. 그런데 화가 난 이유가 혹시 RB 잘츠부르크(레드불 산하 팀)가 출전하지 못해서인가? 리버풀이 출전할 땐 조용하더니, 돈을 받을 땐 문제 삼지 않더니, 왜 지금은 이리도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이런 대회들에 대해선 조금 더 존중이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그는 클럽 월드컵에 대해 "문화가 다른 팀들이 모여 전술도, 시스템도 교차하고, 새로운 축구를 마주할 수 있는 장"이라며 대회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단 두세 경기 치르고 끝났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안니 인판티노와 FIFA는 분명히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 전 세계 다양한 축구를 볼 수 있는 기회 아닌가?"라고 전했다.
이어 첼시의 엔초 마레스카 감독이 악천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까지 언급하며, 특유의 유머를 섞어 반박했다. 그는 "비가 와서 경기가 어려웠다고? 인판티노에게 리모컨이라도 줘서 날씨를 멈추란 말인가? 이젠 뭐든 다 불평거리인가?"라고 말했다.
스토이치코프는 "축구는 모두를 위한 축제"라라며 대회를 옹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피냐의 연봉까지 언급하며 직설적인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연봉 2,000만 유로(약 318억 원)를 받으면서 FA컵도, 카라바오컵도, 국왕컵도 안 뛰고 일주일에 한 번만 뛰고 싶다고? 그럼 예전처럼 UEFA컵 나가라. 예전에는 다 뛰었어. 지금은 챔피언스리그 출전팀도 6팀이나 된다.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다 똑같아. 그럼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클롭을 향해 다시 한 번 날을 세웠다.
스토이치코프는 "도대체 그는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로 가서 친선전만 뛰고 싶다는 건가? 아니면 진짜 권위 있는 대회에서 싸우고 싶은 건가? 리버풀 시절 클럽 월드컵에 나왔을 땐 아무 말 없더니, 지금 와서 왜 그러는가? 진짜 문제는 레드불 산하 팀이 못 나와서 그런 것 아닌가? 이건 젊은 선수들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되는 대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토이치코프는 클럽 월드컵의 정당성과 가치, 그리고 비판자들의 이중 잣대를 조목조목 짚으며 목소리를 냈다. 그의 일갈은 이 대회를 둘러싼 논쟁에 또 다른 불을 지핀 셈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