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년 연중기획 ① 87년 ‘넥타이 부대’
‘현금 2039만9690원, 48달러, 1000엔, 토큰 6개, 회수권 6장, 사이다 여섯 박스, 연고·거즈 두 박스, 1680명 성금.’ 1987년 6월 명동성당의 농성 일지엔 대통령 직선제라는 그때 모두의 민주화 열망이 가득했다. 잠실체육관에서 민정당이 노태우 대통령 후보를 확정한 10일 동시 개최된 ‘호헌 철폐 국민대회’. 명동성당으로 경찰에 쫓겨 들어온 학생·철거민 등의 5박6일 농성은 지금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게 해 준 역사의 고비였다. 전두환 정권이 직선제(6·29선언)를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든 건 이 민주주의에의 간구였다. 다른 걸 생각할 겨를조차 없던 이 민주화 이후 38년. 우리의 민주주의는 숱한 기대의 오류, 후퇴로 좌절을 맞고 있다. 하지만 6월 그날의 열정만은 대한민국 역사의 가장 자랑스러운 장면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6월을 먼저 되찾아가 보는 건 우리 민주주의 미래로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창간 60년, 대한민국 60장면…각계 리더·자문단 선정
이처럼 역동적인 나라가 또 있을까. 광복 80년.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대한민국은 6·25 전쟁의 참화를 딛고 경제·문화·시민의식 등 많은 분야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세계인들이 한국 제품을 쓰고, K팝을 따라 부른다. 국방을 한국산 무기에 맡기는 나라 또한 늘고 있다. 비상계엄을 막아낸 한국의 시위문화조차 탐구 대상이다. 그런 한편에서 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쳐댔던 인구 폭증 문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저출산으로 반전됐다.
무엇이 대한민국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을까. 중앙일보는 올해 창간 60주년을 맞아 오늘의 한국을 만든 결정적 계기(트리거)들을 알아봤다. 정치, 관계, 학계, 산업·금융계, 법조계, 문화·스포츠계, 시민단체를 망라해 125명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1차 설문했으며, 자문단을 별도 구성해 가장 중요한 60개 트리거를 골라냈다. 트리거들은 어떻게 나타났고 진행됐는지,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오늘날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게재한다.
◆자문단=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전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현대한국연구소장), 김두얼 명지대 교수(한국경제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