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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제안, 끔찍했었는데…놀라운 경험이었다" 재계약 실패→ML 복귀 후 ERA 2.60 '대반전'

OSEN

2025.06.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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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론토 에릭 라우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토론토 에릭 라우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지난해 KBO리그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 멤버였던 좌완 투수 에릭 라우어(30·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메이저리그 복귀 후에도 한국에서 보낸 3개월을 잊지 않았다. 

라우어는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4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5-3으로 앞선 5회 1사 1,2루에서 강판돼 선발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토론토의 5-3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총 투구수 85개로 최고 시속 92.5마일(148.9km), 평균 91마일(146.5km) 포심 패스트볼(40개) 중심으로 슬라이더(16개), 커브(12개), 커터(11개), 체인지업(6개)을 섞어 던졌다. 

이날까지 라우러는 올 시즌 12경기(6선발·45이닝) 4승1패 평균자책점 2.60 탈삼진 45개로 활약 중이다.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지난 5월초 콜업된 뒤 롱릴리프로 호투를 거듭하더니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했다. 선발 6경기(26⅓이닝) 2승1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KIA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에 왔던 라우어는 7경기(34⅔이닝) 2승2패 평균자책점 4.93 탈삼진 37개로 기대에 못 미쳤다. 재계약 실패로 한국을 떠났지만 메이저리그 복귀 후 대반전을 쓰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에서의 3개월을 라우어는 잊지 않고 있었다. 

[사진] 토론토 에릭 라우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토론토 에릭 라우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LB.com’에 따르면 라우어는 지난해 여름 내내 KBO리그 KIA 타이거즈의 관심을 받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트리플A에 머물렀던 라우어는 8월1일이 옵트 아웃 날짜였다. 그 날짜가 다가오자 KIA가 오퍼를 했고, 포스트시즌 출전이 가능한 엔트리 등록을 위해선 빨리 계약해야 했다. 

당시 아내 에밀리가 첫 아이를 임신한 상태를 막 알게 됐던 라우어는 선뜻 KIA의 오퍼를 수락하지 못했다. 그는 “KIA 구단이 와서 ‘12시간 안에 한국에 갈지 말지 결정하라’고 했다. 그 순간은 솔직하게 말해 정말 끔찍하게 들렸다”고 돌아봤다.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두고 이역만리 타지로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 고민의 시간도 넉넉하지 않아 라우어로선 괴로운 상황이었다.

미국에 남을 생각이었지만 아내가 “다시 생각해보라”는 권유를 했고, 한국행을 결정하게 됐다. 라우어는 “그때는 ‘지금 한국에 가는 것은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됐다. 휴스턴이 한국으로 갈 수 있게 옵트 아웃을 허락해줬고, 그 뒤 한국에 가서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다.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OSEN=광주, 이대선 기자] 1회초 무사에서 KIA 선발투수 에릭 라우어가 역투하고 있다. 2024.08.11 /sunday@osen.co.kr

[OSEN=광주, 이대선 기자] 1회초 무사에서 KIA 선발투수 에릭 라우어가 역투하고 있다. 2024.08.11 /[email protected]


라우어는 “사람들한테 ‘난 토론토에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된 기분을 안다’고 말하곤 한다. 한국에선 내가 그랬다. 수염을 기른 키 큰 백인 남자가 나 하나뿐이었다. 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저기, 타이거즈 선수야’라며 알아봤다.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면 다른 사람들이 시끄럽게 따라 외치며 소리쳤다”고 한국에서 스타가 된 기분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한국에는 치어리더가 있고, 마이크를 든 사람이 경기 내내 관중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난 한국어를 몰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안 그랬으면 경기를 하는데 방해가 됐을 것이다”며 “견제를 하면 야유를 한다. 견제할 때 응원 구호도 있다. 내게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뜻인지 모르니 기분 나쁠 것도 없었고, 하고 싶은 만큼 견제했다”고 한국 야구장 응원 문화도 이야기했다. 

시즌을 마친 뒤 라우어는 KIA와 재계약을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복귀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제임스 네일이 KIA에 남으면서 라우어는 재계약이 불발됐다. 라우어는 “원래 계획은 한국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지난해 네일은 KBO리그 평균자책점 1위로 믿기 어려운 성적을 냈고, 메이저리그 계약 받을 거라 기대했다. 구단은 네일이 나가면 나와 새로운 선수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라우어는 재계약을 기다리면서 네일에게 문자를 보냈고, 네일은 “메이저리그 계약 제안이 하나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한국을 떠났던 라우어가 메이저리그에 복귀해 선발투수로 다시 자리를 잡았으니 인생사 새옹지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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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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