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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스타머정부 출범 1년…외교 호평에도 우익당에 지지율 추월

연합뉴스

2025.06.3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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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응·우크라 지원 적극…국방비 증액 약속 '나토 지키기' 경제부진, 증세 역풍, 이민도 여전…복지삭감에 당내·지지층 반발
英 스타머정부 출범 1년…외교 호평에도 우익당에 지지율 추월
트럼프 대응·우크라 지원 적극…국방비 증액 약속 '나토 지키기'
경제부진, 증세 역풍, 이민도 여전…복지삭감에 당내·지지층 반발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오는 5일(현지시간)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7월 4일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노동당은 하원 650석 중 412석을 휩쓸어 14년 만에 보수당에서 정권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스타머 정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변화', '쇄신'을 내걸고 경제 활성화, 공공서비스 개선, 국경 강화를 추진했으나 지지율은 신생 우익 포퓰리즘 영국개혁당에 추월당했고 경제 회복도 난항이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5월 29일∼6월 18일 1만1천500명을 조사한 결과 바로 총선을 치른다면 영국개혁당이 271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되고 노동당은 178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5월 29일∼6월 4일 입소스 조사에서도 영국개혁당 지지율은 34%로 노동당(25%), 제1야당 보수당(15%)을 앞질렀다. 스카이뉴스는 영국개혁당이 하원 과반인 340석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머 총리의 순호감도는 -54%p로,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15%p)보다 훨씬 낮다.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는 타임스 라디오에 "노동당과 보수당을 통틀어 새로 당선된 총리로서 최악의 출발"이라면서 "유권자들은 아직도 총리가 무엇을 내세우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스타머 총리와 노동당의 지지율 급락은 경제 부진과 공공서비스 질 하락, 이민 증가 등을 해결하기를 바라며 정권 교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7%로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지만 4월에는 미국 관세 영향 등으로 -0.3%를 기록, 2분기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스타머 정부는 5년간 주택 150만채 신축을 약속했지만, 건설 경기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순이민이 43만1천명으로 2023년(86만명)보다 절반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영국해협을 소형 보트로 건너는 불법 이주민도 막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노동당이 공공 재정의 '구멍'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한 각종 정책은 난관에 부딪혔다.
국민보험료(NI) 고용주 부담분 인상, 농장 등 일부 상속세 인상은 기업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금 수급자에 대한 겨울 난방비 지원을 대부분 폐지하고 장애인과 장기질환자를 위한 복지 수당인 개인자립지원금(PIP)과 보편지원금(UC)도 삭감하기로 한 정책은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대부분을 복원하기로 했다.
결국 노동당은 올가을 예산안에서 추가 증세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타임스는 지난달 29일자 사설에서 "우리 신문을 포함해 혼돈의 보수당의 대안으로 노동당을 지지했던 이들은 더 나은 것을 바랐다"며 "노동당은 집권 준비가 부족했다. 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사건에 휘둘렸다"고 평했다.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자도 잃고 있다.
성장을 앞세우고 취약계층 복지를 줄여 중도좌파 정당으로서 당색을 잃었다고 비판받았다. 스타머 총리가 이민에 강경한 정책을 펼치면서 "영국이 낯선 자들의 섬이 될 수 있다"고 한 발언도 진보층의 반발을 샀다.
복지 수당 삭감 정책의 '유턴'도 당내 의원 거의 3분의 1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에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스타머 정부가 중도 내지는 중도우파에 더 폭넓게 구애하려는 성장 위주의 정책들이 발목 잡힌 사이, 보수층은 더욱 오른쪽으로 눈을 돌렸다. 5월 1일 지방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이 노동당뿐 아니라 중도우파 보수당 표심을 대폭 쓸어 갔다.
스티븐 필딩 노팅엄대 정치사 명예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일관된 노동당 전략을 이행하기는커녕 구상이라도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존재감을 일부 되살렸다는 점은 성과다.
스타머 총리는 전 세계에 관세를 위협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좌충우돌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장 잘 지내는 세계 정상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과 첫 무역 합의를 끌어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충돌하자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 보장안을 내놓았다.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처음으로 관계 개선을 합의했고 모리셔스와 차고스 제도 반환 협상도 타결해 미국의 승인도 받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 2027년까지 직접 국방비를 GDP의 2.5%, 나중에는 간접 안보 비용 포함 2035년 GDP의 5% 수준까지 잇달아 증액을 발표하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방위 체제를 지키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이는 영국 내 불만을 잠재우기보다는 되레 키울 우려가 있다.
경기 부진과 공공 재정 부족 속에 국방비를 늘리려면 증세 또는 복지 예산 삭감과 같은 인기 없는 선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스타머 정부는 국방비 증액을 위해 해외 원조 지출을 삭감, 당 안팎의 반발을 샀다. 장애인 복지 수당 삭감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의회 앞에서 "전쟁 아닌 복지"라고 쓰인 팻말을 들었다.
여론 관련 싱크탱크 모어인커먼의 루크 트릴 국장은 폴리티코 유럽판에 "대중이 전반적으로 국방 투자를 지지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물가가 비싸고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의사 만나기가 힘들고, 영국해협으로 너무 많은 이가 들어온다고 말한다"며 "궁극적으로 국민은 국내 문제가 제일 먼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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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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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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