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고승민은 올해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 베스트 12에 선정됐다. 드림 올스타 2루수 부문에서 총점 37.27점으로 삼성 류지혁(총점 34.42점)을 제쳤다. 팬투표에서는 삼성 류지혁이 136만5858표를 얻었고 고승민은 115만3002표를 획득했다. 팬투표에서는 뒤졌지만 선수단 투표에서 고승민이 역전했다. 선수단 투표에서 169명의 지지를 받으면서 류지혁(86표)을 제치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하지만 올스타 2루수는 최근 정작 자신의 포지션에서 뛰지 못하고 있다. 5월까지는 모두 2루수 혹은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하지만 6월 6일을 기점으로 고승민은 2루수보다 1루수, 외야수로 더 많은 경기에 나서야 했다. 1루수로 10경기 선발 출장했고 우익수로 1경기 나섰다. 경기 중에도 외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았다. 6월 6일 이후 2루수 선발 출장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했다. 27일 사직 KT전에서는 2루수로 선발 출장해 7회 우익수로 이동해 경기를 마쳤다. 29일 KT전은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고 7회 1루수로 자리를 옮겨 경기를 매듭지었다.야수진이 내야, 외야를 가리지 않고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고승민은 2루수로 나서지 못했다. 외야진에서는 황성빈, 윤동희, 장두성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1루수 나승엽이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간 뒤 공에 얼굴을 맞는 부상까지 당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졌고 다른 내야수 이호준, 손호영도 모두 손가락 부상을 당해 6월 초에 모두 이탈했다.
내야진 전체적인 숫자가 부족해졌고 1루수로 나설만한 선수도 부족했다. 결국 고승민은 2023시즌에 소화해 봤던 1루수로 나서야 했다. 여기에 2022년까지 경험했던 외야수로도 자리를 옮겨야 했다. 최고참 전준우도 현재 골반 상태가 썩 좋지 않고 빅터 레이예스의 체력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고승민이 그 부담을 덜어줬다.
김태형 감독은 “(고)승민이는 2루에서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말하며 주전 2루수로 확고한 입지를 다져나가려던 찰나, 자신의 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그렇게 고승민은 주전 선수, 올스타 2루수 타이틀을 얻고도 ‘땜빵’을 뛰기에 바빴다. 과거 모두 풀타임 시즌을 소화해 본 포지션들이다. 그렇기에 단기간에 3개의 포지션을 여기저기 오가면서도 안정적인 수비력을 과시했다. 이 기간 고승민은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올해 본래 포지션인 2루수 수비에서 일취월장하면서 안정적이면서도 화려한 수비 장면을 여러차례 선보인 바 있었던 수비력이 외야와 1루에서도 이어졌다.
비록 고승민은 여러 포지션을 오가는 사이 18경기 2할6푼9리(67타수 18안타) 9타점 12득점 OPS .679의 타격 성적을 기록했다.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타격에서 보여주는 생산력 이상의 팀 기여도를 보여준 6월이었다. 고승민이 여러 포지션을 무사히 수행을 해주면서 한태양 박찬형 등 다른 내야수들이 기회를 잡고 활약을 펼쳤다. 고승민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으로 다른 선수들의 성장과 기량까지 확인하는 파생 효과도 나타났다.지난해 롯데의 히트상품인 ‘윤고나황’ 중 꾸준하게 1군에 버티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수인 고승민이다. 시즌 초반 내복사근 부상으로 잠시 전열을 이탈하기는 했지만 이후에는 1군에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올 시즌에는 70경기 타율 2할9푼5리(271타수 80안타) 2홈런 29타점 42득점 OPS .744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페이스는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왼쪽 무릎 통증을 안고 뛰고 있다는 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핸디캡 등을 감안하면 올해 충분히 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고승민의 헌신 덕분에 롯데는 6월을 버텼고 전반기를 5할 승률로 마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