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한국계 여성 기업인 미셸 강이 올랭피크 리옹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재정난으로 강등 위기에 직면한 프랑스 명문 구단이 그녀의 손에 운명을 맡기게 됐다.
리옹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미셸 강이 이글 풋볼 클럽의 회장 겸 CEO로, 미하엘 게를링어가 CEO로 임명됐다. 리옹은 오늘 임원진 개편을 확정했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리옹은 "2023년부터 리옹 이사회에서 활동해 온 미셸 강은 남자 팀 회장으로 임명됐다. 그녀는 국가재정관리감독기구(DNCG)에 제기된 클럽의 항소 절차를 주도하는 등 리옹 보드진을 지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며 "존 텍스터 회장은 이사회를 포함한 리옹의 리더십 역할에서 사임했다"라고 알렸다.
미셸 강은 "리옹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클럽을 이글 풋볼의 일원으로 맞이하기 위해 보여준 게를링어의 헌신과 비전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게를링어와 리옹 경영진, 이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DNCG 절차는 물론이고 그 이후로도 클럽을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리옹을 떠나게 된 텍스터도 "오랜 공백 끝에 지난 2년간 팀을 성공적으로 재건하고, 유럽 대항전에 복귀한 스포츠적 성공이 매우 자랑스럽다. 이 어려운 시기에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리옹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미셸은 리옹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갈 이상적인 선택이다. 난 그녀와 그녀의 리더십 아래 더욱 강해질 리옹에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사진]OSEN DB.
1959년 생 미셸 강은 대한민국 출신 유명 기업가다. 영국 '로이터 통신'도 "리옹의 지주회사인 이글 풋볼 그룹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의 회장으로 여자 축구계의 거물인 미셸 강을 선임했다"라고 전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미셸 강은 서강대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사업가로서 기질을 보여줬다. 그녀는 헬스케어 IT 기업 등을 설립해 성공을 거두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미셸 강은 축구계에도 뛰어들었다. 그녀는 미국 '포브스' 추산 12억 달러(약 1조 6248억 원)의 순자산을 바탕으로 여러 여자 축구 구단을 성공 가도로 이끌고 있다. 현재 세계 스포츠 구단주 중 11위의 여성 자산가로 꼽히고 있는 미셸 강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런던 시티 라이오네스다. 런던 시티 라이오네스는 지난 5월 잉글랜드 여자축구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우승하며 슈퍼리그(1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미셸 강은 워싱턴 스피릿,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 등의 구단주를 맡고 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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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리옹 남자팀 회장까지 맡게 된 미셸 강. 리옹 구단은 "미셸 강은 미국 국적 사업가이자 투자자, 그리고 자선가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도록 도왔다. 2023년 올랭피크 리옹 이사회에 합류한 미셸 강은 올랭피크 리옹의 '3대 주주'이자 여자 축구팀의 최대 주주"라고 소개했다.
미셸 강은 남녀 프로팀을 통합 관리하며 리옹 전체를 이끄는 수장이 됐다. 이번 인사는 리옹에 있어 단순한 수장 교체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현재 리옹은 프랑스 리그 1에서 강등되며 리그 2로 추락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이유는 바로 재정 문제. 리옹은 최근 DNCG로부터 열악한 재정 관리로 인해 잠정 강등 조치를 받았고, 항소에 나섰다. 미셸 강이 상당한 자금을 조달하며 해결 의지를 내비쳤지만, DNCG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DNCG는 5억 유로(약 7978억 원)가 넘는 빚을 지닌 리옹이 최소 1억 7500만 유로(약 2793억 원)를 확보해야만 1부리그에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셸 강의 최우선 목표도 재정난을 해결하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문 리옹의 강등을 막는 일이다. 이는 리옹을 넘어 프랑스 축구계 전체에 중요한 문제다. 라이벌 파리 생제르맹(PSG)도 유럽 5대리그 최초의 리그 7연패 기록을 자랑하는 리옹의 잔류를 돕기 위해 분할 납부하기로 했던 브래들리 바르콜라의 이적료 5000만 유로(약 798억 원)를 전액 일시불로 지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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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리옹은 재정 건전성 검토 절차를 마친 뒤 유럽축구연맹(UEFA)의 클럽 재정 관리 기관과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DNCG의 결정에 대한 항소에 성공할 시 다음 UEFA 유로파리그 참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리옹과 미셸 강의 운명은 프랑스 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아계 여성 지도자가 유럽 주요 구단을 역대급 위기에서 구하고 성공 가도로 이끈다면 스포츠계에서도 상징적 장면으로 남을 수 있다.
프랑스 'RMC 스포츠'는 미셸 강이 과거 PSG에서 뛰었던 리오넬 메시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고백한 일화를 전하며 "미셸 강은 현장 전문가를 굳게 신뢰하고 팀을 구조적으로 지원하는 경영 전략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매체는 "미셸 강은 이제 리그 1 남자팀까지 운영하는 최초의 한국계 여성 회장이 되었다. 그녀는 이미 리옹의 여성 전용 훈련 센터 및 2만 석 규모에 달하는 여성 전용 경기장 건립 계획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