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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모인 학술대회 옆방에서 뛰노는 어린아이들, 왜?

중앙일보

2025.06.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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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신 대한모체태아의학회장(오른쪽)이 학회에 참석한 강병수 서울성모병원 교수(가운데)의 7살 아들에게 표창장과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대병원 CJ홀. 산부인과 전문의 100여 명이 참석한 대한모체태아의학회 제31차 학술대회 현장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발표장 바로 옆 홀에선 다섯 살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린이 10여 명이 장난감과 책을 가지고 뛰어놀고 있었다.

학회 측이 마련한 ‘패밀리룸(가족방)’이었다. 어린 자녀를 둔 교수들이 주말에 열린 학술대회에 참여하면서 육아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해 마련한 공간이다. 대형 화면을 통해 학회의 실시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고, 발표 순번이 된 부모는 아이를 다른 동료 교수들에게 맡기고 옆방 무대로 이동했다.

모체태아의학회는 엄마와 태아의 건강을 책임지는 산과 대표 학회다. 학술대회에서는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됐으며, 특히 고위험 임신과 관련된 최신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았다. 자궁수축억제제에 대한 발표는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 강조됐으며, 산후출혈 치료에 관한 발표는 새로운 방법이 소개되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임신중독증을 조기에 감별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최신 진단법도 발표됐다. 조산 예방을 위한 최신 치료법 연구는 고위험 임산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법으로 각광받았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부모와 함께 학회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아이들도 학술대회에 참여했다. 부모의 발표가 끝나면 박수를 치며 “우리 엄마다!”, “우리 아빠다!” 하고 환호하는 모습에, 학회장에서는 종종 웃음이 터졌다. “너무 귀엽다”, “이런 풍경은 처음 본다”며 감탄한 교수들도 많았다.

박중신 대한모체태아의학회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산과 특성상 진료도 많고 야간 당직도 잦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주말에 가족도 챙기고 학회도 참석해야 하는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한 시도였다”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산모와 태아 건강을 책임지는 우리 학회가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다소 어수선하거나 시끄러울까봐 걱정했는데, 회원들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고 전했다.

학회 측은 참석한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일과 헌신을 이해하고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의미의 표창장을 수여하고 레고 선물도 전달했다. 7살 아들과 함께한 강병수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주말에 아이 맡길 데가 없을 때 간혹 학회에 아이를 데리고 갈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아이가 떠들까봐 노심초사하곤 했다. 이번엔 학회가 배려한 덕에 마음 편히 함께했다”며 “특히 아이가 엄마가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뿌듯해했다”고 웃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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