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수사방해 의혹 등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특검) 수사팀이 현판식을 하루 앞둔 1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고(故) 채수근 상병 묘역을 참배했다. 이 특검은 이날 김건희 특검과 수사 대상이 중복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연루된 구명로비 의혹에 대해 순직해병 특검이 먼저 수사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쯤 이 특검과 특별검사보(특검보) 등 지휘부 11명은 대전현충원 현충탑을 찾아 묵념했다. 이 특검은 방명록에 ‘채수근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겠다’라고 적었다.
버스를 타고 채 해병이 안장된 413 묘역으로 이동한 지휘부는 묘역 앞에서도 헌화하고 묵념했다. 2분여간의 참배를 마친 뒤 이 특검은 자세를 낮춰 묘비를 살폈다. 흰 장갑을 낀 손으로 해병의 초상과 유가족의 메시지가 새겨진 비석 위 먼지를 닦아내기도 했다. 이 특검은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채 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기필코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첫 조사 대상자로 임 전 사단장을 지목한 것에 대해선 “특검 준비 기간에 임 전 사단장이 먼저 면담을 제안했다”며 “채 해병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우선 소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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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순직해병 특검이 먼저 수사”
임 전 사단장이 연루된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선 “민중기 (김건희) 특검과 통화했고, 김건희 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16개로 바쁜데 우리는 김 여사와 겹치는 게 한 부분이라 우리가 먼저 수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중기 특검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법상 중복된 부분이 있어서 앞으로 순직해병 특검과 협의하고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임 전 사단장의 구명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이 특검은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 기록을 이첩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기록을 검토한 뒤 항소 취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특검팀이 수사 개시 전 채 해병 묘역 참배와 박 대령 재판 기록 이첩 요청을 진행한 건 순직해병특검이 사망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다른 특검과 차별화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검찰에서 파견된 수사 인력은 이날 특검 사무실에 출근해 임 전 사단장 조사 준비에 돌입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 조사를 하루 앞두고 대구지검으로부터 임 전 사단장 사건 기록을 넘겨받았다. 이 특검은 이날 공수처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모두 인계받았냐는 질문에 “모두 받아 분석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