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한 건을 풀면 평균 14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19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1일 나왔다. 재계는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이재명 정부에 ‘대못 규제’를 뽑는 적극 행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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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5년…“6900명 고용, 9800억 매출 늘어”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새로운 성장 시리즈: 통계로 보는 민간 규제 샌드박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지난 5년간 518개 기업(지난 5월 기준)의 규제특례 승인을 지원했다. 매주 2건꼴로 규제 샌드박스를 만든 셈이다. ‘혁신 실험실’로도 불리는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기존 법령이나 규제를 우회해 신기술·신제품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규제특례 승인을 받은 기업들은 총 6900명의 신규 고용, 9800억원의 매출 증가, 25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 효과를 거뒀다. 이를 환산하면 샌드박스를 승인 받은 기업 1곳당 평균 14명의 고용과 19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반려동물용 우유에 분말 사료를 섞은 이른바 ‘멍푸치노(멍멍이와 카푸치노의 합성어)’, 반려동물 이동식 화장 장례 서비스 등 그간 규제에 묶였던 사업들이 규제특례를 통해 가능해졌다.
규제특례 승인을 받은 기업 중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72%로 가장 많았으며, 대기업(16%), 중견기업(10%) 순이었다.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창업·중소기업에 규제 샌드박스가 ‘생존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다. 승인 유형별로는 실증특례가 88%로 가장 많았고, 임시허가(8%), 적극해석(4%)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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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법 고쳐야”…메가샌드박스 제안도
보고서에는 이재명 정부에 바라는 제언도 담겼다. 대한상의는 “AI·인력·R&D 등 인프라를 지자체 단위로 통합 지원하고 지역 특화로 규제를 푸는 ‘메가 샌드박스’를 통해 개별 기업 중심 한계와 수도권 편중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강조한 ‘메가 샌드박스’ 아이디어는 지난 25일 대통령실과 국정기획위에 전달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518건의 규제샌드박스 승인 과제 중 117건만 법령 정비가 완료됐다”며 “샌드박스 실험을 마쳤으면 법령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실증 특례는 성공적으로 마쳤는데도 이익집단의 반발이나 부처 이기주의 등에 법 개정이 가로막히는 경우가 허다한 탓이다.
정부도 규제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규제 철학을 정립하고 실효성 있는 규제 정비를 추진할 ‘규제 합리화 TF’를 운영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행정 편의를 위한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리할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