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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DM 페스티벌도 수출...서울랜드서 열리던 ‘월디페’는 어떻게 일본으로 갔을까

중앙일보

2025.07.01 00:00 2025.07.0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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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월디페 재팬을 즐기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 사진 비이피씨탄젠트
" 한국 월디페도 가고 싶었는데, 일본에서 열리게 되어 너무 좋아요. 체인스모커스가 가장 기대돼요! "
지난달 29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하 월디페) 재팬에서 만난 스즈키 호노카(24)는 이렇게 말했다. 스즈키는 “매진이 걱정돼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친구와 함께 티켓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빌보드 차트 강자인 미국의 EDM(Electronic Dance Music) 듀오 체인스모커스는 이날 마지막 공연을 장식한 헤드라이너로, 약 75분간 대표곡인 ‘Roses’(2015), ‘Paris’(2017) 등과 미공개 신곡을 짧게 선뵀다.



수입만 하던 EDM 페스티벌…국내 브랜드 수출은 이번이 처음

콘솔에서 연출 중인 김은성 비이피씨탄젠트 대표(왼쪽)과 히로유키 이리에 사무라이 파트너스 대표이사 겸 CEO. 히로유키는 지난해 한국 월디페에서 DJ 무대에 서기도 했다. 사진 비이피씨탄젠트
월디페는 CJ ENM의 자회사 비이피씨탄젠트가 주최하는 국내 EDM 페스티벌이다. 2007년 시작해 올해로 19주년을 맞았으며, 2016년부터 주최사가 비이피씨탄젠트로 바뀌었다. 알렌워커, 알레소, 애니마 등 해외 유명 DJ가 거쳐갔다.

월디페는 3~4개의 무대를 설치해 동시 진행, 다양한 EDM 장르를 포괄하는 ‘올라운드’ 페스티벌이라는 특징이 있다. 특히 EDM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대연출로 대중성을 확보해 ‘EDM 불모지’로 불리던 한국을 바꿔놓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올해 월디페 서울은 지난달 14, 15일에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렸고, 10만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김은성(47) 비이피씨탄젠트 대표는 “콘서트에 가면 아티스트를 찍는데, 페스티벌에 온 사람들은 자신을 찍는다. 딥하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원하는 관객 니즈를 반영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DM 페스티벌은 해외에서 라인업·무대 세팅 등을 수입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국내 EDM 페스티벌 브랜드를 수출한 경우는 월디페가 처음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3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했고, “여러 국가 중 일본이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월디페의 라이선스를 가장 먼저 일본 제작사 ‘사무라이 파트너스’ 등에 판매했다. 올해 ‘월디페 재팬’은 첫 개최인 만큼 양국 제작사가 함께 만들었다. 김 대표는 직접 연출자로 나서 큐 사인을 줬다.
마쿠하리 멧세 내부 티켓부스. 왼쪽과 오른쪽으로 방향을 나누어 1일권, 2일권 티켓 구매자의 동선을 분리했다. 최혜리 기자
월디페 재팬이 열린 양일(28·29일)간 마쿠하리 멧세에 모인 사람들은 총 5만 2000여명. 당일 현장판매를 위해 남겨둔 소량의 티켓까지 모두 팔렸다.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29일은 오픈런을 위해 입장 1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모인 1000여명의 관객이 티켓 부스 앞에 늘어서기도 했다.

양일간 예매자는 20대(70%)가 가장 많았으며, 30대(16%)가 뒤를 이었다. 글로벌 티켓 예매를 통해 구매한 해외거주자는 전체 2%에 불과했다. 일본 현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셈이다.



불꽃 대신 레이저쇼…한국 구성 살리고, 현지화는 섬세하게

조도조절이 가능한 실내의 장점을 활용해 조명과 레이저 연출을 했다. 김 대표의 운영철학을 담은 클로징 쇼. 사진 비이피씨탄젠트
여름밤 불꽃쇼가 열리는 야외 페스티벌의 매력은 ‘월디페’의 특징 중 하나. 실내 공연장인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리는 월디페 재팬은 어떻게 달랐을까. 대형 스크린에 띄우는 영상 연출과 함께, 연기와 불을 활용한 무대 연출은 기존 월디페와 같았다. 실내에서 할 수 없는 불꽃 연출이 빠진 대신, 조도를 조정할 수 있는 실내의 강점을 활용해 레이저와 조명 연출을 적극적으로 썼다.
지난달 29일 마쿠하리 멧세 내부. 월디페는 9~11홀에서 진행됐다. 최혜리 기자
지난달 29일 마쿠하리 멧세 내부. 근처 숙소를 잡기 어려운 공연장의 특성을 반영해, 물품 보관소를 대규모로 설치했다. 물품 보관소는 4000번까지 마련돼있었다. 최혜리 기자
일본의 대표 복합 컨벤션 시설인 마쿠하리 멧세는 CJ ENM의 케이팝 페스티벌 ‘케이콘(KCON) 재팬’과 일본의 대형 록 페스티벌 ‘썸머소닉’, 일본 최대의 게임쇼인 ‘도쿄 게임쇼(TGS)’ 등이 열리는 공간이다. 월디페 재팬은 총 면적이 1만 8000㎡(약 5445평)인 9~11홀에서 개최됐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의 연면적과 유사하다.

페스티벌 현장을 소개한 차유나 비이피씨탄젠트 팀장은 “9~11홀은 마쿠하리 멧세에선 다소 작은 공간이지만, 첫 론칭이라 안정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스티벌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넓은 드림 스테이지.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EDM 장르가 선곡됐다. 드림 스테이지와 월드 스테이지 간 거리가 멀지 않았는데도, 음향 간 간섭이 거의 없었다. 최혜리 기자
월디페 재팬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무대였던 JP NIGHT STAGE. 드림 스테이지의 뒷부분에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최혜리 기자
9, 10홀은 주 공연장이자 대중적인 EDM 장르를 만나볼 수 있는 ‘월드 스테이지’로 쓰였고, 11홀은 다소 작은 규모이지만 EDM 마니아층이 즐길 수 있는 라인업으로 구성된 ‘드림 스테이지’, ‘재팬 나잇 스테이지’로 활용됐다. 보통 3~4개 정도의 무대로 나뉘는 기존 월디페와 구성이 유사하다.
월드 스테이지가 보이는 전광판과 배리어프리 존이 결합된 무대. 최혜리 기자
월드 스테이지와 식음료 판매시설 사이의 공간엔 무대를 비추는 전광판과 함께 배리어프리 존이 눈에 띄었다. 일본 공연장 문화를 반영한 것. VIP석보다 낮은 높이의 단에 소규모 무대를 설치했고, 휠체어 이용자를 고려해 경사로를 붙였다.

이외에도 VIP석과 비지정석 스탠딩 구역으로만 나눈 한국과 달리 비지정석 스탠딩 구역을 일반 구역(GA)과 무대에 인접한 프리미엄 구역(PGA)으로 분리하여 티켓을 판매하는 현지문화가 반영됐다.



“관객 평가가 가장 정확…K 페스티벌의 세계화 가능성 증명”

김은성 대표는 페스티벌 현장을 8개 각도의 카메라로 비춘 화면을 모니터링하며 신호를 줬다. 사진 비이피씨탄젠트
29일 공연을 마친 후 마쿠하리 멧세의 출연자 대기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관객의 니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관객 평가가 가장 정확하다. (현장을 보니) 한국에서 살아남은 월디페가 글로벌 시장에도 매력적으로 다가갔다는 것이 느껴져 감동”이라며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월디페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월디페 재팬을 함께 제작한 히로유키 이리에(入江巨之)사무라이파트너스 대표이사·CEO는 “업계에선 ‘사무라이 파트너스’ 같은 벤처기업이 대규모 페스티벌을 여는 것에 의심이 많았다”며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열심히 임했다. 앞으로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히로유키가 2007년 창업한 사무라이 파트너스는 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는 일본의 벤처기업으로, 페스티벌은 아니지만 이미 100여 차례 공연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다. 히로유키는 자체제작 콘텐트를 원했고, 김 대표의 손을 잡고 ‘월디페 재팬’ 기획과 운영 총괄로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일본 EDM 페스티벌 시장은 한국과 유사했다. 각종 EDM 페스티벌이 난립하다, 1월에 열리는 GMO 소닉 페스티벌과 9~10월에 열리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만 생존했다”며 현지조사를 통해 5~6월에 ‘월디페 재팬’을 개최한 배경을 설명했다.

월디페 라이선스의 수출 계획을 묻자 김 대표는 “현재 5개국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며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국가를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월디페의 라이선스를 판매한 것을 ‘수출’이라고 표현하지만, 정확히는 EDM 장르를 포괄하면서도 관객 중심적인 우리의 운영철학, 현장구성, 아티스트 섭외, 콘텐트 구성의 노하우를 공유한 것”이라며 “한국형 페스티벌의 세계화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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